대법 "개 전기도살 무죄 아니야…다시 판단하라"

"동물 생명존중·도살방법 등 종합해 고려해야"

입력 : 2018-09-14 오후 5:38:41
[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대법원이 개를 감전시켜 도살한 농장주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하급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파기했다. 하급심은 해당 도살방법이 동물을 죽이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우리 사회의 동물 생명존중 정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개 농장주 이모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재판을 다시 하라며 유죄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형사처벌의 구성요건인 해당 도살이 잔인한 방법인지에 대한 여부는 특정인이나 집단의 주관적 입장이 아니라 사회 평균 입장에서 사회 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잔인한 방법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 해당 도살방법의 허용이 동물의 생명존중 등 국민 정서에 미치는 영향, 동물별 도살방법으로 겪을 수 있는 고통 정도와 지속시간, 동물에 대한 사회 인식 등을 종합해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의 도살이 대상 동물에게 고통을 주고 동물의 생명존중 등 국민 정서 함양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금지행위로 규정했다고 봄이 타당하며,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인 인천지법 형사15부(재판장 허준서)는 “쟁점은 해당 도살방법이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는 행위에 해당해 동물보호법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라면서 “동물보호법에서 규정한 도살방법을 이용해 축산물 위생관리법이 가축으로 정한 동물을 도살한 경우 도살방법이 예정하고 있는 방식을 따르지 않았거나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가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다”며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이상주) 역시 지난해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은 적어도 목 매달아 죽이는 과정에서 동물이 겪게 될 고통 등과 유사하거나 더 큰 고통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방법으로 엄격히 한정해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이씨는 지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자신의 개 농장에서 개를 묶은 뒤 감전시켜 연간 30마리를 도살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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