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가 20일 전국 231개 선거구 당협위원장 일괄 사퇴안을 의결했다. 인적쇄신에 돌입한 것으로, 추석 연휴가 끝나면 당내 권력 투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열린 비대위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협위원장 일괄사퇴안이 만장일치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협위원장들은 다음달 1일자로 모두 물러난다. 당협위원장은 각 지역의 선거구를 관리하는 직책으로, 대개 해당 지역구의 현역 의원이나 출마 예정자가 맡기 때문에 총선에서 공천을 받는데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대위의 이같은 결정에 당내에선 반발 기류도 감지된다. 김문수 전 서울시장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당에서 가장 먼저 쫓겨나야 마땅한 사람은 김 위원장”이라며 “당협위원장을 뚜렷한 이유 없이 한꺼번에 무조건 사퇴시키는 것은 폭거”라고 비판했다. 박덕흠 비대위원도 일괄사퇴 안에는 끝내 찬성했지만 “우리가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고, 이은재 의원도 “지금은 대여투쟁에 더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당연히 반대하거나 미온적인 분들이 없을 수 없다”면서도 “아마 모든 분이 당이 비상상태에 있다는 점을 인정할 것이고, 선당후사 정신에서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페이스북을 통해 “당이 비상한 상황에 있고, 비대위가 지닌 시간적 제약 등이 있어 ‘일괄사퇴’라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며 “새로운 정치와 새로운 정당을 만들기 위한 고민과 고통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연내 당협위원장 사고 지역 조사를 마무리해 당협위원장 인적쇄신을 마무리짓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인적쇄신에 대해선 제가 안 한다는 얘기를 한 적 없다”며 “언젠가는 올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계속 줬는데, 이 모든 것이 사실상 12월말쯤 완료가 돼야 내년 2월에 우리가 전당대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추석 연휴가 끝난 후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지역별로 당협위원장 재공모에 나설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 규모의 당협위원장 교체를 할 수 있느냐가 김 위원장의 혁신 의지를 확인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추석 전후로 계획했던 60일간의 당무감사는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