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천년'이라는 표현은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고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준다고 볼 수 없으므로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천년마루' 운영자인 김모씨가 '천년구들 돌침대' 상표권자인 고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권리범위확인 소송에게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은 "'천년' 부분이 일반 수요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부분이라고 볼 수 없고 전체 상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천년' 부분은 '오래도록 지속되는 기간'이라는 뜻으로 널리 사용돼 식별력이 높지 않아 보인다. 이를 공익상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어 "두 상표 부분은 그 관념, 사용상품과의 관계, 도안화의 정도, 전체 상표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에 비춰 볼 때 독자적인 식별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천년마루 부분은 띄어쓰기 없이 일체로 결합돼 전체로 호칭하는 데에도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은 '천년' 부분에 대해 관념 등이 유사해 양 표장이 전체적으로 유사하다고 판단했는데 상표의 유사 여부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천년구들 돌침대' 상표권자인 고씨는 2016년 3월 특허심판원에 '천년마루' 운영자인 김씨를 상대로 "'천년' 부분만으로 호칭·관념될 수 있어 표장이 유사하고, 사용상품도 똑같이 '침대'이므로 확인대상표장은 이 사건 등록상표의 권리범위에 속한다며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특허심판원은 "등록상표의 표장 및 지정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하므로 권리범위에 속한다"며 고씨 심판청구를 인용했다.
그러자 김씨는 "'천년'은 '오랜 세월'을 나타내기 위해 널리 사용되는 일반적인 용어일 뿐만 아니라, 지정상품인 돌침대가 '오래 가는' 등을 의미해 지정상품의 성질을 표시하는 단어"라며 "특정인에게 '천년'이란 단어에 관하여 배타적인 독점권을 주는 것은 공익상 적합하지 않다"고 법원에 권리범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특허법원은 "일반 수요자들이나 거래자들에게 '천년마루'로만 호칭·관념되지 않고 '천년'으로만 호칭·관념될 수 있다"며 "두 등록상표와 확인대상표장의 호칭 등이 서로 유사하고 당사자들의 상품도 침대로 동일·유사하다는 점에서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그 상품의 출처에 관해 오인·혼동을 일으키게 할 염려가 크다"며 김씨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김씨가 상고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