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급진적 경제개혁의 필요성

입력 : 2018-10-05 오전 6:00:00
경제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성장률이 떨어지고 실업률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실업자 수는 100만 명대를 8개월 연속 벗어나지 못하고, 체감 청년실업률은 22.7%를 기록했다. 일시적인 상황이라면 시간이 약이겠지만 향후 전망도 좋지 않다.
 
통계청의 ‘8월 산업동향활동에 따르면, ()산업 생산지수는 전달보다 0.5% 증가했다. 지난 6월 감소에 이어 두 달 연속 반등세지만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선행지수 순환 변동치는 모두 전달보다 하락하여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경기지표들이 부진한 것은 설비투자·건설 부진과 고용 영향이 크다.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1.4%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올해 3월부터 6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신규취업자를 보면 지난 75000, 83000명으로 급감한 데 이어 9월에는 아예 감소로 돌아설지 모르는 상황이다. 문재인정부의 상징이었던 일자리 현황판은 고용 쇼크가 이어지면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는 더 심각하다. 소득주도성장과는 거꾸로 사회 불평등은 심화되고, 장사는 안 되고, 아이들 취직은 하늘에 별 따기이다. 자영업은 경기하강과 과다경쟁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수익을 크게 앞지르는 임대료와 원재료비 상승, 인건비 부담 등으로 자영업계의 신음은 커져만 간다. 자영업의 구조조정은 상가의 공실률 증가로 나타난다. 2.4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전기 대비 0.2%포인트 상승한 10.7%. 비교적 공실률이 낮은 소규모 상가도 5.2%로 전기보다 0.5%포인트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임금 소득의 증가는 거북이 걸음이다. ‘7월 사업체 노동력조사결과를 보면 올해 6월 상용노동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 노동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3224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증가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소득의 증가는 없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최저생활도 유지하기 힘든 저임금노동자들이다. 통계청의 2017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전체 임금노동자 274천명의 10.9%가 월 100만원 미만, 100~200만원은 30.8%로 조사됐다. 전체 임금노동자 41.7%200만원 미만을 받고 일하고 있다.
 
임금을 통해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하는 월급쟁이들의 부채 의존도는 더욱 심화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20183월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5.2%. 이는 1년 전보다 2.3%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조사 대상 43개 주요국 가운데 중국, 홍콩에 이어 세 번째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아파트값 폭등을 막기 위해 각종 대출 규제책을 쏟아냈지만, 증가세를 막지 못 한 셈이다.
 
국민 대다수는 힘겨운 노동으로 최소 생활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 사회는 돈이 돈을 버는자산 사회로 바뀌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50년간 물가는 30배 올랐지만 토지는 무려 3000배 올랐다. 그 동안 땅값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 6700조원 가운데 상위 1%가 무려 38%(2551조원), 상위 10%83%(5546조원)를 가져갔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지난해 소득 천분위 자료(2016년 귀속)의 분석에 따르면 이자·배당소득의 격차는 근로소득보다 훨씬 더 심했다. 작년 한 해 상위 0.1%52083명의 이자소득 총액은 25078억원으로 전체의 17.79%, 상위 0.1%8915명의 배당소득 총액은 72896억원으로 전체의 51.75%를 각각 차지했다. 주식 보유 등 기업 투자에 따라 받는 돈인 배당소득의 경우 상위 0.1%가 국내 모든 배당소득의 절반 이상을 싹쓸이한 셈이다. 상위 0.1%1인당 평균 이자소득은 4815만원, 상위 0.1%1인당 평균 배당소득은 81677억원에 달했다. 예금과 주식 등 자산이 적은 하위 10%는 지난해 고작 1인당 평균 28원의 이자와 79원의 배당을 받았을 뿐이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불로소득으로 인한 소득격차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건강한 노동이 사회에 뿌리내리고,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노동의 가치를 인정할 때 사회 갈등도 줄어들게 된다.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가 행복할 수 없는 사회는 비정상적 사회이다.
 
지난 겨울 촛불혁명은 정치 민주화에 머무르지 않고 한발 더 나가 경제 민주화를 요구했다. 이제 한국사회 개혁 시즌 2가 시작되어야 한다. 경제 기득권세력의 세습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 경제정책은 더 급진적이고 본질적인 개혁으로 나가야 한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roh40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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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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