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법치주의 선언한 시진핑과 비핵화 김정은의 진정성’

입력 : 2018-10-16 오전 6:00:00
중국의 효율적인 국가주도 시스템을 부러워한 적이 있다. 인민 모두가 공감하는 ‘중국몽’을 제시하고 중화주의를 고취시키면서 세계로 달려가는 모습은 오래 전 잃어버린 우리의 그것과 닮았다.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30년 만에 G2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데에 이보다 더 효율적이고 강력한 시스템은 없다. 우리도 중국과 같은 강력한 국가주도 통제시스템을 재도입하고 싶은 유혹을 강하게 받고 있다. ‘시진핑시대’는 이전세대와 다를 줄 알았다. 국가주석이자 공산당 총서기에 취임한 시 주석의 취임일성이 ‘법치’였기에 반신반의하면서도 시 총서기의 ‘선의’와 ‘진정성’을 믿고 싶었다. “(중국)공산당은 반드시 헌법과 법률의 범위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시 총서기의 말에 중국인민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이제 중국도 글로벌 스탠더드로 진입하려고 한다며 박수를 쳤다. 시 주석이 ‘법치주의’를 내세울 정도로 중국에서는 헌법과 각종 법률이 있지만 법치보다는 삼권분립이 이뤄져있지 않은 공산당이 주도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사법부가 독립돼있지 않고 최고인민법원 역시 공산당의 통제 하에 있다는 말이다. 
 
2011년 11월 (중국)공산당 총서기에 취임하면서 내세운 법치주의는 사실 법을 핑계로 정적들을 단죄하려는 공포정치라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 총서기의 법치주의 선언은 중국사회 전 분야에 대한 개혁을 기대하게 했다. 라오바이싱(老百姓)은 전시대의 부패관료들을 사정없이 척결하는 중국식 ‘적폐청산’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10만명 이상의 국장급 이상 고위 공무원들이 비리혐의로 조사를 받고 처벌받았다. 불문율처럼 여겨졌던 전직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를 조사하고 기소하는 등 성역을 무너뜨리기도 했다. 누구도 헌법 법률을 뛰어넘을 특권은 없다. 저우융캉(周永康) 전 서기가 중국법원의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례적으로 1면에 논평을 싣고 ‘저우융캉 사법처리는 기소에서부터 재판까지 모두 사실과 법률에 따라 이뤄져 법치주의를 실현했다’고 강조했다. 공산당과 국가의 지도자(전 공산당 정치국 중앙상무위원)로서 법을 어기고 범죄를 저질러 당과 인민에 엄청난 손실을 초래하고 당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국가이익에 심각한 손해를 끼치고, 법률의 존엄성을 훼손한 만큼 법에 따라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 총서기 집권 2기에 접어든 최근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사태는 중국의 법치주의가 대중을 현혹시키는 거짓 말장난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다. 여배우 판빙빙 실종사건과 인터폴 총재 멍홍웨이 실종 등 유명인들의 갑작스런 실종과 구금 및 중국당국의 조치 등은 여전히 중국은 공산당과 최고지도자에 의한 인치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켜준 사건이다. 중국에서의 법치주의 선언은 한 여름 밤의 꿈이자 라오바이싱을 기만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았다.
 
완다 그룹과 더불어 중국을 대표하는 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갑작스런 퇴진과 주식포기 논란은 중국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공산당이 아무리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유기업과 국영기업에 미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세계 굴지의 민영기업 총수마저 하루아침에 손 털고 나가야하는 것이 중국이라면 G2 경제대국 중국은 허상이다.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장점은 속도와 효율성과 시장의 위험에 대한 면책에 있다. 그러나 당과 지도자가 시장에 개입하는 순간, 성장은 멈추고 성장동력이 파괴된다는 것이 함정이다.  두 바퀴로 달리던 자전거는 멈추는 순간, 넘어진다. 법치주의라는 동력이 거추장스럽다고 떼어낸다면 중국은 다시 ‘사회주의 국가경제시대’로 회귀하는 꼴이 될 것이다. 
 
북한은 어떨까. 북한에 우리와 외국의 자본이 대거 유입된다면 북한 경제는 한동안 중국의 초기 성장보다 더 초고속 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철도와 고속도로 등의 인프라까지 깔린다면 북한개발은 동북아경제의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비핵화의 길로 확실하게 들어선다면 북한의 미래도 활짝 열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의 선의는 무엇으로 담보할 것인가? 어느 날 갑자기 미국의 조치를 비난하고 비핵화의 길을 접는다면, 북한에 투자했던 기업과 자본은 하루아침에 망연자실할 것이다. 법치주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공산당독재를 넘어, 1인 독재로 치닫고 있는 중국과 지난 20년간 비핵화 약속을 밥 먹듯이 하고 있는 북한은 다를 것이라고 믿어야 하는 것일까.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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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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