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삼성전자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위상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 소비자에 특화된 전용폰부터 제조업자개발생산(ODM)까지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 중이다. 그럼에도 예년과 같은 영향력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빠르게 성장하던 중국 시장은 어느덧 정체기에 진입했고 가성비를 앞세웠던 중국 업체들도 혁신으로 무장한 프리미엄 모델을 연이어 출시해 삼성전자만의 특색을 약화시키고 있다.
16일 샘모바일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폴더폰 신모델이 조만간 중국에서 베일을 벗는다. '지위가 높은 사람이 세상 걱정을 하다'는 뜻을 담은 '심계천하' 시리즈의 2019년형 모델(W2019)이다. 심계천하 시리즈는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전용폰의 원조격이다. 지난 2008년 처음 모습을 드러냈으며, 매년 한 차례씩 신제품을 출시했다. 외관은 피처폰과 유사하지만 기능과 가격 모두 최고를 지향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고소득층을 판매 대상으로 한다. 지난해 말 출시된 모델(W2018)의 경우 플래티넘, 골드 모델 모두 판매가가 1만위안(약 160만원)을 훌쩍 넘었다.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판매 중인 프리미엄 폴더폰 '심계천하' 시리즈. 사진/삼성전자 중국 홈페이지
신모델은 폴더 안팎으로 4.2형(인치) 듀얼 스크린을 탑재하는 등 전작의 디자인을 계승해 외관상으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부 기능들은 대폭 개선됐을 것으로 관측됐다. 우선 배터리 용량이 3000mAh로 전작(2300mAh)대비 30% 가량 늘었다. 갤럭시노트9과 마찬가지로 후면에 듀얼 카메라가 장착될 것으로 전망됐다.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모바일 프로세서는 퀄컴 스냅드래곤 845가 적용됐을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는 심계천하 시리즈 이외에도 다양한 중국 전용폰으로 소비자들을 공략 중이다. 지난 2016년에는 갤럭시C 시리즈를 론칭해 중저가 모델로 판매 중이고, 올 7월에도 중국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갤럭시A9 스타'를 출시했다. 향후 이 모델에 화웨이 P20 시리즈에서 첫 채용한 '그래디언트 컬러'도 적용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또한 삼성전자는 중국 소비자들을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메시지도 꾸준히 전달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 당시 중국 소비자가 소외받았다는 불만이 크게 제기된 이후 중국 내 삼성전자의 위상이 급격히 떨어진 상황에 대한 피드백 차원이다. 지난 7월 갤럭시노트9이 공개되기 전 중국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행사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의도치 않게 제품을 사전 유출한 점 역시 중국 시장을 여전히 중시하고 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졌다.
더 나아가 삼성전자는 제품 개발과 생산을 외부에 맡기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중국 내 판매 부진과 인건비 상승 등의 난관을 ODM으로 뚫어보겠다는 것. ODM 방식은 현지 업체가 개발하고 생산한 제품에 '삼성' 브랜드만 붙여 판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품질 관리 등의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도 중국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묘수로 주목받는다. 실제로 지난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고위 임원들은 샤오미의 ODM 업체인 중국 윈텍을 방문해 가격 경쟁력 확보 여부 등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 15일에는 외신을 통해 ODM으로 생산되는 첫 제품 추정 이미지가 유출되며 ODM 전략에 힘을 더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첫 번째 ODM폰의 모델명은 갤럭시A6s로, 전면에는 홈버튼을 없애고 베젤을 최소화 했으며 듀얼 카메라도 탑재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과거의 영광을 재연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0.8%에 불과하다. 지난해 4분기 0%대 점유율을 처음으로 기록한 후 1분기 1.3%로 반등하나 싶었지만 한 분기 만에 다시 고꾸라졌다. 지난 2015년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현지 업체들이 공세에 5위권 밖으로 밀려난 후 그렇다할 반격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내 영업망 강화를 위해 현지 법인 조직 일부를 개편하는 극약 처방을 내리기도 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효율을 높여 넓은 중국 시장에서 영업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