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SK텔레콤 판매 비중이 60%입니다. 손실이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계속 싸울 겁니다."
이동통신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둘러싼 갈등이 휴대폰 판매점들의 SK텔레콤 판매 거부로 이어지고 있다. 500여개 휴대폰 판매점들은 지난 17일에 이어 18일에도 이동통신 1위 사업자 SK텔레콤의 신규 개통과 번호이동 등 업무를 중단했다.
판매점 관계자는 이날 "매장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평상시 대비 30~40% 정도 매출이 줄어들었다"면서 "일부에서는 매출이 안 나와서 힘든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조금 힘들더라도 불합리에 대한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판매점들이 다수였다"고 말했다.
SK텔레콤으로 신규가입이나 번호이동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우선 양해를 구하고, 타 통신사를 권유하거나 18일 이후 가입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관계자는 "불편해하는 손님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협조해 줬다"고 설명했다.
18일 서울 시내 한 휴대폰 판매점에서 SK텔레콤 판매 거부를 알리고 있다. 사진/이지은 기자
판매점들이 매출 감소와 소비자 불편 가중에도 불구하고 특정 통신사 영업중단에 나서는 것은 완전자급제 도입을 저지하는 한편 판매점 권리를 지키고 왜곡된 주장을 바로잡기 위함이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국감에서 "기본적으로 단말기자급제로 가야한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고, 국회에는 이미 3건의 완전자급제 도입 법안이 계류 중이다. 통신서비스 가입과 단말기 구매를 분리하는 완전자급제를 통해 단말기 출고가 경쟁을 촉진, 전체적 통신비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판매점 관계자들은 "자급제폰 등장으로 부분자급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소비자 체감 통신비 인하는 없었다"며 "완전자급제가 시행된다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더불어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폰 제조사들이 판매를 위한 유통망을 만들려 할 수 있고, 투자비 발생으로 소비자 통신비 인하는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완전자급제 도입 주장에 앞서 판매점과 상생 방안을 제시하거나 사전에 일절 협의 없이 리베이트 비용 등을 앞세워 판매점이 통신비 상승의 주범인 것 마냥 몰아선 것에 대해 반감이 컸다.
향후 판매점들은 집단행동 규모를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판매 거부 업체 수를 늘리고, 기간도 늘리겠다는 얘기다. 2·3위 업체인 KT와 LG유플러스에 대한 투쟁 가능성도 내비쳤다. 판매점 관계자는 "2만여개 판매점 중 500여개가 참여했고, 판매 중단이 이틀뿐이어서 눈에 보이는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3대 통신사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였다"면서 "향후 1000여개, 5000여개로 늘리고 일주일간 판매 거부를 하는 식으로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2만여개에 달하는 판매점의 일자리를 지키는 동시에 소비자가 일차적으로 접할 수 있는 통신서비스 창구로서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른 판매점 관계자는 "완전자급제로 지역 곳곳에 있는 판매점이 폐업한다면 통신서비스 불편을 해결할 수 있는 창구 또한 줄어드는 것"이라며 "소비자가 가계통신비를 줄일 수 있도록 알뜰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소개하면서 불편함에 대해서도 즉각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