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고교 무상교육에 대한 기대

입력 : 2018-10-24 오전 7:00:00
고등학교 무상교육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직후 내년 2학기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단계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명확히 밝혔으니 이제 실행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당시 고교 무상교육을 오는 2020년부터 시작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 공약 이행을 반년가량 앞당기는 셈이다. 
 
국민 세금을 국민 생활에 도움될 수 있게 돌려주는 것은 신속하게 해야 마땅한 일이라는 것이 유 부총리의 지론이다. 전적으로 옳은 말이다. 유 부총리의 계획에 대해 야당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의 홍문종 의원과 김현아 의원 등은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고교 무상교육 조기 도입에 대해 포퓰리즘적이며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국회의원 총선거를 의식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고교 무상교육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나무라는 것도 어불성설이거니와, 총선용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 총선용이라면 총선이 치러지는 2020년부터 예정대로 무상교육을 시행하면 된다. 득표도 그게 훨씬 도움이 된다. 공연히 2019년 하반기로 앞당기려고 할 필요가 없다.
 
충청남도와 제주도는 내년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시행하기로 했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최근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면 무상교육을 전국 처음으로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고교 무상교육을 위한 정부의 특별한 예산 지원이 없는데도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이를 위해 아마도 다른 불요불급한 분야의 예산 낭비를 줄이는 등 나름대로 고심이 컸을 것이다. 지방교육 책임자로써 훌륭한 결단이라 하겠다. 
 
고교 무상교육을 전면 시행하는 데는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5년 동안 7조8000여억원가량 소요된다는 계산이 이미 제시된 바 있다. 연간 1조5000여억원이다. 내년에는 하반기부터 시행한다고 전제할 때 그 절반이 필요하다. 정부가 이미 내놓은 내년 예산 규모가 471조원에 이른다. 그러므로 고교 무상교육에 드는 예산이 크게 부담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결단하면 된다. 시급하지 않거나 낭비의 소지가 큰 예산을 조금만 줄여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이를테면 국회나 정부의 특별활동비를 비롯해 ‘눈먼 돈’의 지출을 줄이는 등 조금만 신경을 써도 될 일이다.   
 
다만,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밝혔듯이 재원에 관해서는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 이미 예산안이 짜여진 상태인데, 그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내년 예산이 최종 확정되기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다. 앞으로 정부의 최종 예산안이 확정되고 국회에서 심의하는 동안 충분히 협의하면 될 것이다. 다행히 세수가 기대 이상으로 좋다. 이를 모두 무상교육에 투입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초과세수 사용의 우선순위를 무상교육에 두고 지출을 재조정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특히 교육부 스스로 먼저 불요불급하거나 효과가 의심스러운 예산을 줄이는 등 자구노력을 하면 더 쉽게 일이 풀릴 수도 있다. 
 
고교 무상교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현재 우리나라만 시행하지 않고 있다.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 진입에 가까워지고, 무역 규모는 이미 10위권이다. 그렇지만 교육비 측면에서는 OECD 국가 가운데 ‘꼴찌’인 셈이다.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게 고교 무상교육이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엄청난 불합리다. 이제라도 그런 불합리를 시정하겠다니 다행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한창 일하고 저축해야 할 시절에 교육비 부담 때문에 제대로 저축을 하지 못한다. 때문에 노년은 더욱 가난하고 피곤하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의 주인공처럼 애써 키워낸 자식으로부터 외면 당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그런 경우 인생의 말년은 더 없이 슬프고 쓸쓸한 나날이 된다. 이런 불행을 막으려면 일하고 저축할 수 있을 때 저축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 한 가지 방법이 바로 무상교육이다. 
 
무상교육은 내수를 살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할 경우 대다수 국민들이 월 13만원, 연간 156만원의 가처분 소득이 주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요즘의 고등학교 등록금 수준에 의거한 설명이다. 비록 그 금액 자체가 크지는 않지만, 저성장과 취업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에 적지 않은 보탬이 될 듯하다. 내수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전문가들이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나올 것이다. 
 
물론 내수 부양을 위해 고교 무상교육만으로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다. 국민들의 교육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노력이 앞으로도 더 이어져야 한다. 특히 과도한 사교육비를 줄이려는 다양한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나아가, 대학 등록금을 더 낮추기 위한 노력도 절실하다. 이를테면 요즘 예술 분야 대학의 등록금이 이유 없이 비싸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불합리도 정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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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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