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맨' 출신 박근희, CJ 대표 얼굴로…승계 준비도 시동(종합)

CJ 시작으로 재계, 인사시즌 본격 돌입…삼성·LG·현대차·포스코 광풍 예고

입력 : 2018-10-23 오후 2:45:21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삼성 출신의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이 CJ그룹의 조정자 역할을 맡는다. 이재현 회장의 신임이 뒷받침된 인사로, 상속분쟁 과정에서 쌓였던 삼성과의 앙금을 털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관심을 모았던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의 임원 승진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하지만 CJ는 지주사의 재무 라인을 정비하고 핵심 인력들을 계열사로 내려보내 후계자 보좌 역할을 맡기는 등 승계를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CJ그룹이 23일 2019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11월 말 실시됐던 지난해에 비해 한 달가량 일정이 당겨졌다. CJ는 "조직을 혁신하고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을 앞당기는 등 선제적 미래 대비에 나서겠다"고 조기 인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인사는 신임 임원 35명을 포함, 총 77명이 승진하고 48명이 보직을 옮겼다. 81명이 승진한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다. CJ는 "'성과 있는 곳에 승진 있다'는 기본적 원칙에 충실했다"고 이번 인사를 자평했다.
 
CJ주식회사 공동 대표이사에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이 내정됐다. 사진/뉴시스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그룹 지주사인 CJ 공동대표이사로 내정된 박근희 부회장이다. 박 부회장은 지난 3월 건강 문제로 물러난 이채욱 부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의 대외활동을 총괄한다. 박 부회장은 지난 1978년 삼성 공채 19기로 삼성SDI의 전신인 삼성전관에 입사한 '원조 삼성맨'이다. 그룹 비서실과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장, 삼성그룹 중국본사 사장, 삼성생명 부회장 등을 두루 거쳤다. 때문에 앞서 지난 8월 박 부회장을 CJ대한통운으로 영입한 것을 놓고 재계에서는 상속분쟁 등으로 얼룩진 삼성과 CJ의 화해 신호로 받아들였다. 향후 그룹의 대표 얼굴로 활동할 박 부회장에 대해 CJ는 "박 부회장의 오랜 경륜과 글로벌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고려했다"고 평가했다. 
 
이재현 회장의 자녀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담당 상무와 이선호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관리팀장(부장)으로 후계 구도를 명확히 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이 부장은 이번 인사에서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다만 그의 직속 상사 자리인 바이오사업관리담당에 오귀흥 CJ주식회사 물류&바이오담당 상무를 보냈다. 2013년 입사 후 6년째 경영수업 중인 이 부장을 보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 7월 CJ ENM 통합법인 출범에 맞춰 2년여 만에 미국에서 돌아온 이 상무 곁으로는 김재홍 CJ주식회사 재경실장이 CJ ENM 전략지원실장으로 갔다. 
 
아울러 CJ는 지주사 재경실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강상우 재경실 담당임원을 부사장 대우로 승진시키며 재경실장 자리에 앉혔다. 또 김준현 재경실 부실장, 민영상 재경실 IR담당, 강경석 재경실 재무운영담당 등이 새롭게 선임됐다. 통상적으로 재벌의 경영승계 과정에서 재무통이 중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조치다. 현재 CJ주식회사는 이 회장이 지분 42.07%로 최대 주주다. 비상장 자회사로 승계의 핵심으로 꼽히는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이 부장이 17.97% 지분으로 최대 주주이며 이 상무도 6.91%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한편 이달 초 일부 계열사의 사장단 인사를 발표한 한화에 이어 CJ의 정기 인사가 발표되며 재계는 본격적인 인사 시즌에 돌입했다. 삼성,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사들을 중심으로 인사 광풍이 예상된다. 삼성의 경우 미래전략실 해체 등의 여파로 인사 적체가 심해 각 사업부마다 물갈이 수요가 많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법원 상고심을 앞두고 있는 점이 변수다. LG는 구광모 회장의 새판짜기가 인사에 반영될 전망이다. LG는 이미 인사 대상자에 대한 면접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제2의 조성진, 박진수, 차석용 등을 물색하는 것이 과제다.
 
현대차는 정의선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승진 이후 첫 인사를 앞두고 인적 쇄신에 관심이 모아진다. 당면 과제인 지배구조 개편에 앞서 빠른 의사결정과 명확한 업무 프로세스를 위해 정 수석부회장을 보좌할 새 인물들이 대거 중용될 가능성이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정몽구 회장과 함께 오랜 기간 그룹 요직을 지켰던 임원들이 물러나고 '젊은피'로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스코 역시 최정우 회장 취임 100일인 다음달 3일경 발표할 개혁과제에 맞춰 쇄신 차원에서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개혁과제를 수립하는 TF에 여성을 비롯한 비주류가 다수 포진한 것은 포스코 사상 첫 비엔지니어·비서울대 출신 CEO인 최 회장의 개혁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다. 포피아로 지목되던 서울대 공대 및 포항제철소 출신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가능성이 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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