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일본 기업, 강제징용 피해자에 1억 배상"(종합)

"징용피해자 손해배상청구권, 한일협정 적용 대상 아니다"

입력 : 2018-10-30 오후 3:42:20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일본 기업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최종 판단했다. 10대 나이에 임금 없이 강제 노역에 동원된 피해자들은 77년이 흐른 후에야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30일 여운택·신천수·이춘식·김규수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구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신일철주금은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처음 소송이 제기된 지 13년8개월 만이자 재상고심이 시작된 지 5년2개월 만이다. 현재 이씨만 생존하고 나머지 3명은 세상을 떠났다. 
 
대법관 7명은 핵심 쟁점이었던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했는지에 대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으로서 청구권 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다수의견을 냈다.
 
이기택 대법관은 "이미 환송판결에서 대법원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기속력에 의해 재상고심에서도 같은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별개의견을 냈고 김소영·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도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는 포함되지만,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이 포기된 것에 불과하므로 피해자들은 신일철구금을 상대로 국내에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별개의견을 냈다. 별개의견은 다수의견과 같은 상고기각 결론이나 이유를 달리하는 것이다.
 
반면 권순일·조재연 대법관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고,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만이 포기된 것이 아니라 청구권협정에 따라 피해자들의 권리행사가 제한되는 것"이라며 파기환송 취지로 반대의견을 냈다. 김재형·김선수 대법관은 "다수의견의 입장이 조약 해석의 일반원칙에 비춰 타당하다"고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냈다.
 
다른 쟁점이었던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은 일본 법원 확정판결의 효력 및 기판력 관련해 대법원은 "일본 법원의 판결 내용은 우리나라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쟁점이었던 신일철주금이 일본제철(신일본제철 전신)의 채무를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신일철주금과 일본제철의 법적 동일성을 인정한 원심 판단을 존중해 "일본제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신일철주금에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신일철주금이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소 제기 당시까지도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대한민국에서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신일철주금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여씨 등은 지난 1941~1943년 신일본제철의 전신인 일본제철에 강제징용돼 노역에 시달리고도 임금을 전혀 받지 못하고 1945년 해방이 되면서 고향에 돌아왔다. 여씨 등 2명은 1997년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를 상대로 손해배상금 및 임금 지급 소송을 제기했으나 2003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최종 패소했다. 이에 여씨 등은 2005년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2008년과 2009년 1·2심은 일본판결 효력을 인정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2012년 대법원은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할 수 없고 신일철주금(당시 신일본제철)과 일본제철이 법적 동일성을 가지기에 신일철주금도 강제노동에 대한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대법원은 "일본 법원 판결 이유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으로 보는 국내 헌법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며 "국내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위반된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파기환송 후 항소심은 대법원 판단대로 신일철주금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각 1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이번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정부에 소송 지연이나 결론을 뒤집을 안을 제시하는 등 '재판거래' 의혹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왼쪽)씨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판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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