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인정받은 국산 희귀질환치료제가 올해만 12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열달 새 지난해 6건 대비 두 배에 해당하는 품목을 등록시키는 데 성공하며 국산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한미약품과 GC녹셉자셀, 영진약품, 신풍제약 등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개발 중인 12개의 치료제가 FDA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특히 한미약품은 홀로 3개 품목을 배출하며 R&D 강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품목별로는 지난 2월 한미약품이 선천성 고인슐린증 치료제 '글루카곤 아날로그(HM13136)'으로 첫 테이프를 끊은 뒤 3월 파멥신이 교모세포종 치료제 'TTAC-0001'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어 4월에는 한미약품 경구용 항제 '오락솔'과 영진약품 유전적 미토콘드리아 이상 질환 치료제 'KL-1333' 등 두 개 품목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6월 역시 GC녹십자셀 '이뮨셀-엘씨'와 인트론바이오 탄저균 치료제 'BAL200' 두 개 품목이 이름을 올렸다. 이뮨셀-엘씨의 경우 간암치료제로 첫 희귀의약품 타이틀을 얻어낸 뒤 8월과 10월 뇌종양과 췌장암 관련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밖에 ▲알테오젠 'ALT-P7'(위암) ▲코아스템 '뉴로나타-알주'(루게릭병) ▲신풍제약 '피라맥스'(말라리아) ▲한미약품 'HM43239'(급성 골수성 백혈병) 등이 뒤를 이었다.
FDA 희귀의약품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희귀질환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의 치료를 위한 의약품을 일컫는다. 희귀질환의 경우 환자 수가 20만명 미만이거나 부족한 시장성을 이유로 치료제 개발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를 포함한다.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파이프라인은 개발비와 관련된 세액 공제를 비롯해 품목허가 시 수수료 면제 및 시판허가 이후 7년의 시장 독점권 부여 등이 따른다.
환자수가 적다는 약점에도 불구,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의약품 시장 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전 세계 희귀의약품 시장은 오는 2022년까지 연간 11.1%의 매출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일반약품(5.3%) 성장률의 두배를 넘는 성장세다.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지난 2014년 14.2%에서 2023년 21.4%에 이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희귀의약품의 경우 희소성 때문에 허가 이후 혜택은 물론 까다로운 허가 과정 역시 보다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며 "시장성이 보장되지 않더라도 FDA 허가를 통해 미국 시장 진출을 도모하거나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의 기술이전 계약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