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하락했으니 당분간 오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주식을 사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변동성이 예상돼 주식에 대해 비중 축소를 하고 현금 보유를 확대하는 것이 좋다.”
최근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너도 나도 현금 비중을 확대하라고 조언한다.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고, 상승 모멘텀도 없으니 주식을 안 사는 게 좋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증시가 많이 하락했으니 다소 반등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보이면서도 주식을 사지 말라고 덧붙인다.
이러한 트렌드는 일반 애널리스트에게까지 확산됐다. 대신증권과 토러스증권 등은 현금자산 비중을 높이라는 내용의 투자전략 리포트를 내놓기도 했다. 리포트를 통해 주식보단 부동산 비중을 높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매도’ 의견이 담긴 리포트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0월에는 총 1761건의 리포트가 발간됐으며, 이중 매도 의견은 단 1건에 불과했다. 전체 비율은 매수 87.39%(1539건), 중립 7.21%(127건), 의견없음 5.34%(94건), 매도 0.06%(1건)이다. 급락장에서도 매수 일색의 리포트가 여전했던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현금자산을 늘리라는 것은 사실상 주식을 매도하라는 의미다. 주식을 팔라고 하면서 어떤 종목을 매도해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는 셈이다. 애널리스트들이 직접적인 표현보다 은유적으로 돌려 말하는 것은 아직도 증권가에 남아있는 상장사 눈치보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과거 매도 리포트를 발간해 기업탐방 제한은 물론 욕설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 매도 리포트 발간 후 주가가 하락하면 연구원에게 전화로 항의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고 전했다.
반면 해외의 경우 매도 리포트만 내놓는 리서치센터도 있으며, 방송 인터뷰에서 주식을 팔라고 당당하게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올해 해외 증권사가 발간한 국내 상장사 리포트 중 매도 의견 비중은 14%를 넘고 있다.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직업이다. 막연하게 예전부터 내려오던 매도 리포트에 대한 어두운 인식을 버리고 솔직함을 담을 필요가 있다. 특히나 손절이 필요한 종목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안내할 필요가 있다.
또 이들을 담당하고 있는 증권사들 역시 소속 애널리스트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길 바란다. 건전한 투자문화란 일색이 아닌 다양한 의견이 바탕이기 때문이다.
신항섭 증권부 기자(kalth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