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경제무역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미국은 연일 새로운 조치로 중국을 압박 중이다.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가 최근 미국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다. 추이 대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일정한 정도의 경쟁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영역에서 협력의 수요가 있다고 단언했다. 쌍방이 선의를 가지고 마주한다면 중국은 미국에게 양보할 용의도 있다고 했다. 심지어 중국은 미중 간에 다소 불일치가 있더라도 미국과 협력을 유지하는 것을 희망한다고 말하고 오히려 다소 불일치가 있기에 더욱 협력의 필요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미국과 장기간 갈등과 대립 상황을 끌고 가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속내다. 미국의 계속되는 압박 속에 중국의 다음 대응이 주목되는 이유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31일 열린 중국 중앙정치국 회의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과 무역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의 다음 대응 수순을 확인할 수 있는 신호를 내보내는 중요한 회의라는 점에서다. 의제는 현 경제 상황에 집중됐다. 경제 돌아가는 것에 대한 중국의 기본적인 입장과 국면을 전환시키는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하는 자리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3분기 경제 하강 압력이 커지고 있는 현 경제 상황과 경제운행 중 변화가 감지됐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은 경영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도 자평했다. 물론 이러한 어려움이 미중 갈등으로 촉발된 무역전쟁의 후과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직접 거론할 경우 지도력이나 중국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장기 누적된 위험과 폐해가 다소 드러났다는 매우 완곡한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완곡한 표현은 행간을 읽어야 하는 중국정치 특성상 문제가 있다는 솔직한 사실의 고백이다. 중국은 현 상황이 오랜 기간 지속될 것임을 스스로 안다. 그리고 중국경제가 고속성장 단계에서 고품질 발전 단계로 이동하는 단계에 있어 단기간에 체질 개선이 이뤄지기는 힘들다는 것도 안다. 미중 갈등 속 중국이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의 효과가 더디게 나타날 것이라는 것도 중국은 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해결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물론 안다.
정치국 회의에서 변화의 신호가 감지됐다. 먼저 자본시장의 개방을 조심스럽게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1월 시진핑 주석이 참석한 다보스 포럼, 올 1월 류허 부총리가 참석한 다보스 포럼에서 중국은 금융업무의 대외개방에 나서겠다는 것을 명확히 밝혔다. 당시에는 금융시장의 개방이 아닌 금융업의 대외개방이라는 점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정치국 회의에서는 자본시장 개혁을 위해 제도건설을 강화하고 자본시장 활력을 점차 높여나가 자본시장의 장기적이고 건강한 발전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추후 중국 자본시장에 대한 전향적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정치국은 민영기업과 중소기업의 발전을 통해서 어려움을 돌파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국진민퇴(國進民退)의 기조에 변화를 주고 시장과 기업에 대한 국가의 지나친 개입을 자제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외자 기업에 대한 합법적인 권익을 보호하고 적극적으로 외자를 이용하겠다는 의지까지 천명했다. 전향적인 조치가 아닐 수 없다. 당장 구체적인 변화가 등장하고 실현될 수 있을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중국정치 특성상 많은 논의와 토론이라는 내부 정치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사업 작풍을 개선하고 실천에 전력 매진하여 가능한 한 각종 정책과 조치가 빠르게 역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는 점, 그리고 중국이 현 경제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다. 중국에서 중앙정치국 회의는 중국의 현안을 논의하는 매우 높은 수준의 제도다. 여기에서 논의되는 내용이 향후 중국의 주요 정책 의제가 된다는 점에서 늘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이 자리에서 ‘자본시장’, ‘민영기업’, ‘외자’ 등을 언급했고 마지막으로 ‘민생’을 언급했다. 이들 키워드는 중국이 현 경제상황을 바라보는 키워드이고 또한 대안이기도 하다. 일단 중국이 신호를 보낸 이상 우리가 어떤 선제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지는 온전히 우리의 지혜에 달려 있다. 그 첫 단추는 신호를 잘 읽는 것이다.
양갑용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jiayo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