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청와대는 27일 국가안보실을 사칭한 가짜메일 사건에 대해 “반국가적 행태”라며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 수사의뢰서를 발송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청와대는 이 사건이 단순한 오보 차원을 넘어서 언론 역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악성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의뢰서 발송 명의는 국가안보실 사이버정보비서관이다.
국가안보실을 사칭해 한미동맹을 이간질하는 내용의 가짜 메일을 외교전문가들에게 발송하고, 이를 언론이 기사화한 이번 사건에 대해 김 대변인은 “허위조작 정보가 생산·유포된 경위가 대단히 치밀한데다 담고 있는 내용 또한 한미동맹을 깨뜨리고 이간질하려는 반국가적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끝까지 파헤쳐서 누가,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밝혀내겠다”며 “최소한의 확인도 거치지 않고 보도한 언론사에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대변인은 수사의뢰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사항이냐는 질문에 “오늘 아침 (G20 참석차) 출국하기 전에 수사의뢰를 하겠다고 참모들이 먼저 보고를 드렸고,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고 답했다. 경찰과 별개로 청와대도 내부를 조사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어제 보도가 나온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쪽에서 안보실과 함께 경위 파악을 했다”며 “그게 민정과 안보실 차원을 넘어선다고 판단해 오늘 수사의뢰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경찰이 중심이 돼 수사를 하고 청와대는 지원을 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아시아경제>는 26일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평가와 전망’이라는 제목의 9페이지 분량의 청와대 국가안보실 내부문건을 입수했다며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해당 문건은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정체된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우려와 불신이 급증하고 있음을 청와대도 인지하고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김 대변인은 “이 문건은 청와대나 국가안보실이 작성한 문건이 아니다. 내용이나 서체가 모두 그렇다”며 “우리도 누가 이런 문서를 만들어 유포했는지 파악 중이며, 가능한 조처를 다 취할 생각”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보도된 보고서는 청와대 고유 워터마크 등 기본양식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문건은 지난 17일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의 모 연구원 명의로 정부 외교·안보 자문위원들에게 보내진 이메일에 첨부된 파일로 알려졌다. 문서는 ‘권희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비서관의 강연 원고’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아주대 측은 자신들의 이메일이 해킹당했다고 주장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환경부 장관, 국무조정실장 임명장 수여식에 앞서 남관표 2차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