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여부가 국회에서 최대현안이 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싫어하는 쪽에서 괜히 어렵게 얘기를 만들려고 한다. 일종의 ‘물타기’ 전략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간단한 개념이다. 정당이 얻은 득표율대로 국회의석을 배분하자는 얘기다. 30% 표를 얻으면 30% 의석을 가져가면 되고, 5% 표를 받으면 5% 의석을 가져가면 된다. 승자독식이 아니니까 모두에게 공정하다. 유권자들 입장에서도 내가 찍은 표가 ‘사표(死票)’가 될 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가장 공정하고 민주적인 제도이다.
사실 단순 비례대표제라 불러도 되는 개념이다. 그런데 굳이 우리나라에서 연동형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는, 지금 우리나라에도 비례대표라는 말이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비례대표는 있지만 비례대표제는 아닌 상태다. 300명 국회의원 중에 253명은 지역구에서 1등해야 당선되는 승자독식의 선거(소선거구제)로 뽑고 겨우 47명만 비례대표라고 해서 정당이 얻은 득표율대로 나눠주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을 ‘병립형’이라고도 하는데, 이 방식은 비례대표제가 아니라 소선거구제에 가까운 선거방식이다.
이 방식이 비례대표제가 아니라는 것은 이번 6.13 지방선거 결과만 보더라도 명확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50%에도 못 미치는 득표율로 90% 이상의 서울시의회 의석을 차지했다. 서울시의원 대부분을 지역구에서 승자독식의 방식으로 뽑기 때문이다. 50퍼센트 정도면 전 지역구를 싹쓸이하다시피 할 수 있다. 10% 정도의 비례대표 의석이 있지만, 의미 없는 수준이다.
연동형은 이런 선거방식에서 벗어나서 정당이 얻은 정당지지율대로 전체 의석을 배분하자는 개념이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병립형과 구분하기 위해서 굳이 연동형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정당지지대로 의석을 배분하자’는 것이다. 각 정당이 얻은 지지율대로 국회 의석을 배분하자는 것은 지난 3월에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했던 헌법개정안에도 포함돼 있다. 국회에서 선거법만 고쳐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수 있지만, 국회논의가 지지부진하니까 아예 헌법에 집어넣자고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했던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전국단위로도, 권역별로도 할 수 있다. 전국단위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각 정당이 비례대표 명부를 전국단위로 작성하고, 전국단위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한다.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6개 정도의 권역으로 나눠서, 각 정당이 권역별로 비례대표 명부를 작성하고, 권역별로 의석을 배분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는 나라 중에는 뉴질랜드처럼 전국단위로 하는 나라도 있고, 독일처럼 권역별로 하는 나라도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상위개념인 만큼 구체적인 방식, 즉 전국단위인지, 권역별인지만 정하면 되는 것이다. 전국단위냐 권역별이냐 하는 것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전국단위로 하면,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을 맞추기가 좀 더 쉽다. 그러나 권역별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권역별로 하면 영·호남에서 특정정당의 일당지배가 깨지고, 지역주의를 완화하는 효과가 더 크다고 얘기한다. 양쪽 다 일리가 있다. 그래서 전국단위냐 권역별이냐 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승자독식의 현행 선거제도(병립형)를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꾸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이기도 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여당 대표, 사무총장 등이 ‘우리 당의 당론은 권역별이었지, 연동형으로 확정한 건 아니었다’고 했다. 듣는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여당의 당론은 2015년 이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정해졌고, 그것을 권역별로 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연동형으로 정한 적이 없다고 한다. 당론을 뒤집는 말 바꾸기다. 이런 식의 행태가 여당에 대한 신뢰를 깎아 먹는 근본원인이라는 것을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들이 지금이라도 깨닫기 바란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haha96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