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국민경제자문회의 주재 "'추격형 경제'는 한계, 산업혁신해야"

김광두 부의장 사의 표명…청와대 "대통령 판단 기다려야"

입력 : 2018-12-26 오후 4:17:36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추격형 경제’로 우리는 큰 성공을 거둬왔는데 이제는 계속 그 모델로 가는 것은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면서 사람중심 혁신을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이제는 우리가 새로운 가치를 선도적으로 만들어내고, 그래서 또 산업화를 이끌고 하는 단계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필요한데 그 점이 안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선도하려면 필요한 것이 역시 혁신”이라며 “혁신은 사람에 대한 투자이고, 중소기업 혁신도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그런 혁신 중소기업이 돼야 한다. 그것이 우리 과제”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K-POP으로 대표되는 ‘한류’를 언급하고 “우리가 제대로 하면 굉장히 창의적인 능력도 갖고 있는 민족”이라며 참석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김광두 부의장의 ‘대한민국 산업혁신 추진방향’에 대한 안건보고와 토론, ‘사람중심·혁신중심 중소기업 활성화 방안’ 정책 제안 등이 이어졌다. 김 부의장은 안건보고에서 “우리 산업이 기존 전략과 정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거대한 변화와 도전에 직면한 상태”라면서 “산업혁신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우리 산업이 처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요추진과제로 사람·기술·거버넌스 3가지 분야, 6대 과제를 제시했다. 6대 과제는 각각 ▲사람에 대한 투자 확대 ▲미래지향적 노사관계 구축 ▲핵심기술에 대한 선택과 집중 ▲플랫폼 정부 구축 ▲신속하고 적극적인 규제 개혁 ▲기업하려는 분위기 조성 등이다.
 
또 주요 업종별 민관 대화채널인 산업혁신전략위원회를 구성해 현장의 실정에 맞는 경쟁력 강화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다만 최저임금·탄력근로제 속도조절과 같은 구체적인 정책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 부의장은 ‘기업하려는 분위기 조성’과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 “김 부의장이 정부의 적폐청산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쓴소리를 내놨다”고 보도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적폐청산으로 범법행위나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것은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그 범위와 기준이 애매해 다수의 기업들이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범위와 기준을 명확하고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활동에 대해서는 “노조활동의 자유는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노조의 불법행위는 막아줘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광두 부의장은 이날 회의를 마지막으로 사의를 표명했지만,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이 최종 결심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의장은 회의에 앞서 “오늘이 마지막이시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지 않겠어요”라고 답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만류하시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도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부의장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9년 1월1일부터 국가미래원장직을 다시 맡게 됐다”며 부의장 사퇴 의사를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러나 김현철 경제보좌관은 ‘김 부의장이 사퇴할 뜻을 내비쳤다’는 기자들의 전언에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사의 수리 또는 재신임 여부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며 “대통령이 어떤 판단을 할지는 좀 두고 봐야 된다”고 말을 아꼈다.
 
김 부의장은 보수 성향의 경제학자로 한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다가 거리가 멀어졌고, 지난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해 대표 경제정책인 사람중심의 ‘제이(J)노믹스’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선 이후에는 헌법상 대통령 경제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맡아 활동했다. 그렇지만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및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에 대한 우려 목소리를 숨기지 않았다. 김 부의장은 지난 8월 문 대통령을 만나 “소득주도성장 논쟁에만 매몰되지 말고 ‘사람중심경제’라는 큰 틀에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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