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연말 장기휴가를 통해 재충전을 마친 제약업계가 주요 임원 승진 및 보직 변경으로 본격적인 새판 짜기에 나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연말 또는 신년 인사 이후 새해 첫 업무에 돌입했다. 업계 관행처럼 여겨지던 오너경영 체제 탈피와 연구개발(R&D) 중심의 전문성 강화 움직임이 두드러진 모습이다.
GC녹십자는 지난달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승진 또는 영입한 유현아, 오영훈, 강성연 상무가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특히 기존 R&D기획팀장에서 종합연구소장으로 승진한 유 상무의 승진이 두드러진다. 그동안 주요 파이프라인의 R&D를 주도해 온 공로를 인정받아 R&D 수장이란 중책을 맡긴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17일 이관순 상근고문과 김수진 바이오플랜트공장장(상무)을 각각 부회장과 전무로 승진시켰다. 특히 이 부회장의 경우 지난 2017년 3월 대표이사까지 지낸 뒤 고문으로 물러났다가 부회장 직책 부활과 함께 또 다시 중책을 맡게 됐다. 2010~2017년까지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대형 기술이전 등을 이끌어낸 만큼 향후 해외진출을 통한 글로벌 전략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보령제약은 지난 1일자로 이삼수 연구·생산부문 대표를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지난해 10월 연구·생산부분 대표로 선임된 지 3개월여 만이다. 지난 연말 김은선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며 안재현 경영 부문대표를 선임, 창립 이후 첫 전문 경영인 체제에 들어선 보령제약은 이번 인사로 경영과 연구개발의 균형 맞추기를 시도한다.
SK케미칼 역시 지난달 Pharma사업 대표직을 수행하던 전광현 사장을 의약품 사업을 총괄하는 라이프사이언스비즈 사장에 선임하며, 백신 사업을 전담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 안재용 대표와 투톱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연말 인사를 통해 승진한 전 사장과 지난해 자회사로 분리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안 대표 모두 올해가 역량 시험의 주요 시기가 될 전망이다.
이밖에 일동제약은 병의원 영업본부와 중양연구소 그룹 업무특성에 맞게 세분화한 본부장 및 수석 인사를 단행했고, 안국약품도 2일자로 한원준 생산본부장과 박인철 마케팅본부장을 전무로 승진시키며 힘을 실어줬다.
최근 6명의 대표이사가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 퇴진한 동화약품은 그동안 지속된 외부영입 기조를 벗어나 내부 승진을 통해 이설 신임대표이사를 선임하며 안정감을 더했다. 지난 2013년 동화약품에 합류한 이 대표이사는 인사전문가로서 지난해 초 임시 대표이사직을 수행했던 만큼 내부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다사다난했던 지난 한해를 돌이켜 보면 다양한 변수 속 큰 흔들림이 없던 곳은 결국 연구개발 잠재력이 충분하거나 잠재력을 성과로 도출해 확실한 캐시카우가 존재했던 곳들"이라며 "올해는 물론 중장기적 회사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임원 인사에서 제약사 경쟁력의 근간인 R&D 강화와 이를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는 경영 대표의 전문화 움직임은 당연한 흐름"이라고 말했다.
연말 재충전을 마친 제약업계가 주요 임원 승진 및 보직 변경으로 본격적인 새판 짜기에 나섰다. 오너경영 체제 탈피와 연구개발(R&D) 중심의 전문성 강화 움직임이 두드러진 모습이다.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