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교육부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제도를 대폭 손질한다. 학폭위가 학교 폭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학폭위를 현재 학교에서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한다. 학폭이 일어나면 학폭위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법령을 개정해, 개최하지 않고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도 연다.
교육부는 학폭위를 효율적으로 바꾸면서도 학폭 은폐·축소를 방지하기 위한 학폭 제도개선 방안을 30일 발표했다.
학폭에 엄정 대처하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학교에 설치된 학폭위를 교육지원청으로 오는 2020년 1학기부터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이 협력해 시·도 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에 학폭 담당 변호사 등 전문 인력과 전담조직 확충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또 학폭위에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가 위원으로 더 많이 참여하도록 학부모 위원 비중을 현행 과반수에서 3분의1 이상으로 낮추는 방안도 추진한다.
은폐·축소 시도가 확인된 경우 해당 교직원 징계를 가중하고, 학폭 재발 가해학생에 대한 가중 조치 근거도 마련한다.
피해자가 원치 않거나, 학생간의 바람직한 관계 회복이 필요할 경우에도 학폭위를 꼭 열어야 한다는 규정도 고친다. 학폭위를 개최하지 않을때는 교육적으로 해결하도록 '학폭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
이런 학교자체해결제는 일종의 안전장치들이 있어야 작동할 수 있다. 피해학생·보호자의 학폭위 미개최 동의를 반드시 문서로 확인해야하고, 객관적 조건들도 만족해야 한다. 사건이 △2주 미만의 신체·정신상의 피해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복구된 경우 △지속적인 사안이 아닐 것 △보복행위가 아닐 것이어야 한다. 다만 성폭력은 다른 법률 규정이 우선 규정되는 엄중한 사안이기 때문에 무조건 학폭위를 개최해야 한다.
학교장이 학교 자체 해결을 혼자 판단하지 않고, 학칙으로 정하는 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교육적 해결 후에도, 잘못된 정보에 의한 동의였거나 새로운 피해 사실이 드러나면 피해자 측에서 요청할 경우 학폭위를 열도록 한다. 자체해결 사안은 학폭위와 교육청에 보고해야하고, 은폐·축소 확인 시 다시 학폭위를 연다.
교육부는 교육청·민간 전문기관과 공동으로 관계회복 전문가 양성 및 프로그램 개발을 올해부터 본격 추진한다.
아울러 가해 학생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고 생활기록부 기재를 둘러싼 법적 분쟁을 완화해, 학생 간 관계회복이 촉진되도록 하기위해 가해 학생이 받은 조치의 생활기록부 기재를 조건부 유예한다.
유예 대상은 서면사과, 접촉·협박·보복금지, 교내봉사 등 교내선도형 조치다. 가해 학생이 조치를 충실히 이행할 때 유예가 이뤄진다. 교내선도형 조치를 다시 받으면 이전 조치까지 포함해 생활기록부에 기재한다.
이번 학폭위 제도 개편은 그동안 제기된 문제제기를 반영한 것이다. 현행 제도가 교사의 교육적 해결 의지를 약화시키고 학교의 교육력을 감소시키며, 가해자·피해자 소송을 부추기는 등 학폭 예방과 대응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있다는 비판이 교원단체 등에서 빗발쳤다. 학폭위 재심 건수는 지난 2013년 764건에서 2017년 1868건으로 2배 넘게 늘었으며, 행정심판도 같은 기간 247건에서 643건으로 급증했다.
지난 9일 한국교원총연합회 교례회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하윤수 교총 회장(왼쪽 첫번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 세번째) 등과 함께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