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보툴리눔 톡신 원료물질인 균주의 출처를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공방에 또 한번 불이 붙었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파트너사 에볼루스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CT)에 제소하자, 대웅제약은 이를 전형적인 방해공작이라고 맞받아치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메디톡스는 전직 자사 직원이 보툴리눔 균주와 톡신 제제의 전체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절취해 대웅제약에 제공했다는 내용으로 ITC에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를 제소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해외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개발한 제품이 미국에 수입돼 자국 산업에 피해를 주는 것을 조사하고, 실질적인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하는 기관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대웅제약이 지금이라도 공개토론 등을 통해 나보타 개발 과정에 관련된 모든 의혹에 대해서 명백히 밝히고, 한국 바이오 산업 발전에 기여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웅제약은 곧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앞둔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의 미국 진출을 방해하기 위한 전형적인 시장진입 방어전략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새로운 내용없는 이번 제소는 앨러간과 메디톡스가 대웅제약 나보타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큰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며, 반독점법 소송에 휘말렸던 앨러간이 미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의 의사와 소비자들의 선택을 제한하기 위한 또다른 시도의 일환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번 제소는 미국에서 통상적으로 위협이 되는 경쟁사 진입을 막기 위해 진행하는 발목잡기 전략으로, 내용상으로도 그동안 메디톡스가 근거 없이 제기했던 주장과 전혀 차이가 없다"며 "FDA 허가는 물론, 나보타의 미국시장 사업화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양사는 균주 출처를 두고 미국과 국내에서 법적 공방을 진행 중이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 나보타가 자사 제품과 염기서열(DNA 기본단위)이 일치한다는 것을 근거로 균주 전체 염기서열과 확보 과정 등 공개를 요구하며 지난 2017년 6월 미국에서 소송을 청구했다. 대웅제약은 염기서열은 기업비밀이며, 균주를 자체 발견했다고 맞서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메디톡스가와 대웅제약의 전쟁이 ICT 제소건을 통해 재점화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