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27~28일 베트남에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 회담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열리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연방의회 하원회의장에서 실시한 국정연설에서 "나와 김정은 위원장은 좋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일자·장소를 알렸다. 다만 베트남 내 어떤 도시에서 회담이 열리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회담 도시로 베트남 다낭이 유력한 가운데 하노이 개최 가능성도 아직은 열려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중 "새로운, 과감한 외교정책의 일환으로 평화를 위한 역사적인 노력을 한반도에서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에 억류 중이던 한국계 미국인 송환과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 등 자신의 취임 후 이어진 북미관계 개선상황을 설명하면서 "내가 당선되지 않았다면 이 순간에도 북한과 전쟁을 치렀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확정된 데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환영한다"면서 "북미 정상은 싱가포르에서 70년 적대의 역사를 씻어내는 첫발을 뗀 바 있다. 베트남에서 보다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면담한 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2월 말 개최한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시간·장소 발표는 한동안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 "회담이 3월로 연기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연설을 통해 직접 회담일자와 장소를 못박았다.
북미 양측은 정상회담 직전까지 구체적인 의제조율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조치가 핵심이다. 북미 회담 사전조율을 위해 한국에 머무르고 있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6일 방북길에 올랐다. 이날 오전 숙소인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을 출발한 비건 대표는 경기도 오산 미군기지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평양 순안비행장에 도착했다.
비건 대표는 평양 도착 후 북측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와 실무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다룰 주요 의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우에 따라 합의문 초안을 만드는 협상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미 국무부는 비건 대표의 평양 방문사실을 발표하며 그 목적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양 정상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이룬 '완전한 비핵화와 미-북 관계의 변화, 그리고 한반도의 지속적 평화 구축'을 진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 미 연방의회 하원회의장에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뒤에서 박수를 치는 사람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겸 상원의장(왼쪽)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