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2주일여 앞두고 한미 외교장관이 만나 비핵화 전략을 논의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3~14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북미 정상회담 관련 내용에 대한 협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회담 날짜는 14일이 유력하다.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에 앞서 외교장관들이 먼저 만나 대북 협상전략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이의 협의 가능성도 있다.
북미 양측이 영변 핵시설·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와 종전선언을 교환하는 것 이상의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미국을 방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은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아틀랜틱 카운슬에서 열린 한반도 전문가 초청 간담회에서 "(북한의) 핵 보유와 (미국의) 제재해제 지원은 양립 불가하다"며 "이를 북한에 인식시켜야 한다. 한국의 역할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 분명한 대북지원 의사와 능력이 있다는 진정성을 미리 보여줘 핵 포기 결단을 돕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북한에 플루토늄·우라늄 농축시설 파괴를 포함한 대폭적인 비핵화 조치를 촉구함으로써 미국이 대북제재 해제 카드를 꺼낼 수 있게끔 하라는 촉구로 보인다.
이같은 분위기는 최근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읽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지난 10일 "우리 정부의 입장은 (영변 핵·ICBM 폐기 수준의) 스몰딜이 아니다"고 말한 것이 그 예다. 지난 6~8일 평양에서 진행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간 실무협상 결과공유 직후에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힘이 실린다. 청와대 내부에는 '큰 방향에서 북미 정상회담 준비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건-김혁철' 실무협상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가 도출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미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확인한 만큼 내주 중 하노이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추가 실무협상에서 접점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문 의장과 존 설리번 미 국무부 부장관 간 면담에 참석해 "이번(평양 실무협상)이 실질적인 첫 실무회담이었다"며 "양측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이견을 좁히는 것은 다음 회의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 방안 중 하나로 남북경협 재개를 위한 일부 경제제재 완화 가능성도 점친다. 대표적으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 등을 제재 예외로 인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한편 2차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국빈방문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관련 논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팜 빈 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은 이날 2박 3일 일정으로 방북 길에 올랐다. 마이 프억 중 의전국장 등을 대동한 이번 방북에서 양측은 김 위원장의 베트남 국빈방문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방문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오른쪽)이 11일(현지시간) 위싱턴D.C.에서 존 설리번 미 국무부 부장관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국회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