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개방형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각자가 강점을 지닌 분야들에만 집중해 동반 성장을 꾀하겠다는 것. 협업은 인공지능(AI) 서비스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다만 두 회사의 서비스 제공 방식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는 협업의 결과물을 자체 디바이스 내에서 제공하려는 반면, LG전자는 제3자로의 연결에 보다 치중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자체적으로 생태계를 구축해오던 빅스비에 외부 플랫폼을 적극 도입키로 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사장)은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빅스비의 에코시스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많은 파트너와 동등한 관계에서 협력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며 "파트너들의 데이터를 이용해 그들이 보유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리고, 제3자 스피커를 통해 삼성의 제품들을 콘트롤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빅스비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AI 음성인식 비서의 양대 산맥인 구글 어시스턴트와 아마존 알렉사와도 손을 잡았다. 삼성전자의 스마트TV에는 애플 아이튠즈 무비&TV쇼와 에어플레이2를 동시 탑재하며 애플과도 한 배를 탔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전략은 LG전자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권봉석 LG전자 MC·HE사업본부장은 "구글은 검색·광고의 확산을, 아마존은 온라인 쇼핑 침투력 향상을 꾀하는 등 회사마다 AI 전략은 다르다"며 "이에 맞춰 전략 브랜드 업체들과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오픈 플랫폼, 오픈 파트너십, 오픈 커넥티비티를 중심으로 한 개방형 생태계 구축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8월25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개최한 게임 대회 '갤럭시노트9X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스페셜 챌린지'에서 팬들이 경기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다만 두 회사가 추구하는 개방형 전략의 구현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차이점은 모바일 분야에서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신제품 출시 때마다 게임 업체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갤럭시노트9부터는 '게임런처'를 통해 모바일 게임을 보다 간편하게 내려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게임은 매니아층이 있고 매니아층은 퍼포먼스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게임 콘텐츠를 강화하는 배경을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LG전자는 협력 파트너가 준비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만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권봉석 LG전자 MC·HE사업본부장은 지난 15일 마곡 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스마트폰 콘텐츠 전략과 관련해 "스마트TV를 떠올려 봐라"라고 입을 뗐다. 과거 스마트TV를 주력 사업으로 하던 시절 제조사들이 다양한 비디오 콘텐츠 확보를 위해 판권 구매 등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다는 것. 권 본부장은 "유튜브 같이 쟁쟁한 글로벌 스트리밍 업체들이 있는데 TV 회사들이 어떤 콘텐츠를 소싱할 수 있겠느냐"며 "(하드웨어 회사가) 다 할 수 있다는 것은 과도한 자신감 같다"고 말했다. 그는 "5G 스마트폰에 적합한 UX는 통신사업자들이 자체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맞다"며 "제품은 그에 맞춰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