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우리나라 국민 중 자율(autonomy), 안정(security), 영향(influence) 등 적극성 시민성 요건을 모두 갖춘 '적극적 시민 유형'은 28.7%로 나타났다.
민간 독립 연구소 LAB2050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0월26~29일 전국 성인남녀 10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LAB2050에 따르면 '적극적 시민성'은 '안정', '자율', '영향'의 세 요건을 다 갖춰 '스스로 좋은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진 상태'라 할 수 있다. '안정'은 자기 삶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라고 느끼는 정도, '자율'은 자기 삶을 주체적이고 자율적이라고 느끼는 정도, '영향'은 스스로가 공적(public) 공간에서 이타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여기는 정도다.
먼저 '적극적 시민 유형'은 응답자의 28.7%로, 나머지 응답자(71.3%)는 자율, 안정, 영향 중 한 가지 이상에 대해 결핍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3가지 모두 없다고 느끼는 '소극적 시민 유형'은 전체의 14.4%였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에서 '적극적 시민 유형'이 가장 적게 나타났다. 20대는 '안정'과 '영향' 측면에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적게 느끼고 있었다.
'적극적 시민유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분석하면, 성별(여성일수록), 개인소득(높을수록), 계층의식(속한 계층이 높다고 생각할수록)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적극적 시민 유형'과 '소극적 시민 유형'을 대조하면 삶의 만족도, 사회에 대한 신뢰, 일에 대한 태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예측, 결혼 및 출산에 대한 태도, 복지 등 사회 제도에 대한 선호도 등에 차이가 나타났다.
'적극적 시민 유형' 응답자 대부분(97.1%)이 삶의 만족도에서 중간 이상(10점 중에서 6점 이상)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소극적 시민 유형'은 8%만이 중간 이상의 삶의 만족도를 느낀다고 답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을 신뢰할 수 있는지(일반화된 신뢰)를 물었을 때, '적극적 시민 유형' 중에서 '신뢰할 수 있다' 응답은 29.9%로 '소극적 시민 유형'의 응답(10.6%)에 비해 3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20대에서는 '적극적', '소극적' 유형 간 '일반화된 신뢰' 격차가 전체보다 적었으나, 성별을 반영하면 차이가 커졌다. '적극적 시민 유형' 남성 청년 중 일반화된 신뢰를 보이는 비율이 26.8%인 데 반해 '소극적 시민 유형' 여성 청년 중에는 4.5%에 불과했다.
'일에 대한 태도'를 보면 '경제적인 여유가 있더라도 일하고 싶은지'를 묻는 질문에 전반적으로 긍정 의견이 높게 나왔으나 '적극적', '소극적' 시민 유형 간에 차이가 있었고 청년 세대에서는 그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났다.
4차 산업혁명 사회에 대한 예측을 보면, '경제 성장에 기여할 것이다', '나의 삶이 좋아질 것이다' 등 긍정적 예측에 동의하는 정도, '우리 사회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다', '나의 직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는 부정적인 예측에 동의하지 않는 정도 모두 '적극적 시민 유형'에서 높았다. 청년 세대도 비슷한 경향이나 전반적으로 부정적 의견이 더 크게 나타났다. 특히, '소극적 시민 유형'의 청년 세대는 '4차 산업혁명은 나의 직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는 예측에 71.66%가 동의했다.
적극적, 소극적 시민 유형 간에는 가족형성의 주요 기제인 결혼과 자녀 출산에 대한 의견 차이도 크게 나타났다. '적극적 시민 유형' 중 62.1%가 '결혼은 해야 한다', 63.8%가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답했으나, '소극적 시민 유형'은 41.7%가 결혼을, 44.4%가 자녀 출산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복지제도에 대한 선호도를 보면, 전반적으로 '세금은 적게 내고 복지는 확대되는 사회'(저부담·고복지)를 선호하기는 하지만 '적극적 시민 유형'은 세금을 더 내더라도 복지가 확대된 사회(고부담·고복지)에 대한 선호도가 비교적 높았다. 반면, ‘소극적 시민 유형'은 복지가 축소되더라도 세금을 적게 내는 사회(저부담·저복지)에 대한 선호가 가장 컸다. 청년 중 '적극적 시민 유형'은 '고부담·고복지' 사회에 대한 선호가 가장 높았고 '소극적 시민 유형'은 '저부담·고복지' 사회에 대한 선호가 절반 가까이로 크게 나타났다.
설문 항목 설계, 통계분석 등을 총괄한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LAB2050 연구위원장)는 "적극적 시민 유형이 다수를 차지해야 빠른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도 포용력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데, 이 비중이 30%에도 미치지 못 하는 점은 한국 사회의 취약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청년 중에서 '적극적 시민 유형' 비중이 더욱 낮게 나타났고, 20대의 경험은 이후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인 정책적 개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원재 LAB2050 대표는 "청년층이 맞닥뜨린 불안한 현실 탓에 이 세대에서 '적극적 시민 유형'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적극적 시민 유형에 개인소득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으므로, 최근 논의 중인 '청년 기본소득' 등 정책을 통해 청년층이 더 높은 자율·안정·영향을 갖추고 적극적 시민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