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난 것은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었다. 실무 단계부터 상호 견해 차가 컸지만, 양국 최고 지도자들의 톱다운 결정, 소위 '고르디우스 매듭'(복잡한 문제를 단번에 풀어내는 묘수) 방식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번 경험을 토대로 향후 북미 협상이 더 구체적이고 실무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 관여한 당국자 6명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합의 결렬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의 오판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같은 날 전직 관료를 인용해 "두 지도자의 개인적 친분만으로 좁히기에는 북미 간 의견 차이가 너무 컸다"고 설명했다. 두 정상의 '선의'나 '결단'으로 풀기엔 북미 핵협상이 어렵고 복잡하다는 뜻이다.
이번 결과가 일종의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케네스 아델만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1986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회담'과 이번 하노이 회담을 비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이라도 했지, 레이캬비크 회담 때는 그런 것도 없었다"면서 "서로 할 말을 다 하며 충돌한 레이캬비크 회담 실패 이후 미·소가 핵전력을 급감시키게 됐다"고 회고하며 실무진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편 한미 당국은 지난 2일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Key Resolve) 연습과 독수리훈련(FE:Foal Eagle)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하노이 협상이 결렬되고 나온 이번 결정은 북미 핵협상과 남북 관계개선 등 '대화는 계속 이어진다'는 대북 메시지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의 단독 회담을 마치고 회담장 주변을 거닐며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