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전문가들 사이에서 다양한 원인분석과 향후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북미 양국 간 ‘톱다운’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다자협상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평가 - 한반도 비핵화 전망 및 국회의 역할’ 토론회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촉진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북미) 양자 간 톱다운 방식의 한계가 드러났으니 앞으로 다자 틀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북 경제제재 과정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들의 목소리도 반영됐고, 특히 북한의 비핵화에 중국의 영향력이 중요 변수가 될 수 있기에 남북미 3개국 혹은 남북미중 4개국이 참여하는 다자논의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전체적인 이행로드맵을 짜고, 초기 이행조치에 합의하면 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에 이른바 ‘빅딜’ 카드를 제시한 것을 놓고 협상 여지가 남아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 교수는 “‘스몰딜’이나 ‘미들딜’이 아니고 최대치를 내놓고 협상이 깨졌기에 문이 열려있다고 봐야한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수 주 내에 평양에 협상단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한 것도 자신들의 관심사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도 “(지난해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대화 중 90%가 비핵화 관련 이야기라고 들었다”며 “문 대통령이 끈질기고 집요하게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했고 이를 받아들인게 영변 핵시설 문제였다. (북한을) 다시 설득하면 영변 외 핵시설 폐기 합의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내세우는 ‘중재자’ 역할론이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는 “중재자라는 말은 북미 사이에서 엄정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중재자를 자임하면 정보공유를 받을 수 없고 의견조율도 못한다”며 “우리가 중재자를 자임하는 한 이 문제에 있어서 (양 측의) 전략과 정보를 공유받을 수 없는 입장이기에 당사자라는 의식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평가 - 한반도 비핵화 전망 및 국회의 역할’ 토론회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