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이 포항지진(규모 5.4)이 ‘자연지진’이 아닌 ‘촉발지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강근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장(서울대 교수·대한지질학회장)은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17년 11월15일 발생한 포항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에 의해 촉발됐다는 조사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조사단은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가 실증연구를 수행하면서 땅 속에 뚫었던 구멍에 높은 압력으로 주입한 물이 새어 나와 지하에 존재하던 단층에 영향을 미쳐 포항지진을 촉발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날 이 연구단장은 "포항지진은 자연지진은 아니다"라며 "인근 지열발전 실험이 촉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포항지진과 지열발전과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해 국내외 17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포항지진 조사연구단'을 구성하고, 작년 3월부터 약 1년간 정밀조사를 진행해 왔다.
포항지진은 앞서 2016년 9월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 중 역대 두 번째로 컸던 지진이다. 당시 포항지진으로 인해 피해규모는 재산피해 850억원(사유시설 581억원, 공공시설 269억원), 인명피해 118명(중상 1명, 경상 117명)으로 집계됐다.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이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정부는 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받아들인다는 공식 입장을 내고, 현재 중지된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은 관련 절차를 거쳐 영구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정부는 조사연구단의 연구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조사연구단의 연구결과에 따라 정부가 앞으로 취해야 할 조치를 최선을 다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해당 부지는 전문가와 협의해 안전성을 확보되는 방식으로 원상 복구할 방침이다.
이외에 정부는 포항 시민들이 입은 피해 복구를 위해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총 2257억원을 투입하는 포항 흥해 특별재생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포항 내 주택과 기반시설 정비, 공동시설 설치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손해배상과 관련해서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작년 10월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에 대한 집단 소송을 냈다. 이들은 미세먼지와 지진유발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포항 내 구역에 따른 하루 2000원~1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올해 1월에도 포항시민 1156명은 지진에 따른 하루 2000원~1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2차 소송을 낸 상태이다.
구체적인 책임소재나 정부의 배상 규모와 관련해 정 차관은 “현재 손해배상 소송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법원의 판단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