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아이는 죄가 없다

입력 : 2019-04-09 오전 6:00:00
지난주 아이를 키우는 한 지인으로부터 받은 영상을 보고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한 어른이 저항력 없을 갓난아이의 뺨을 후려치고 머리채까지 잡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는데 영상 속 아이는 누가 봐도 겁에 질린 듯했다. 아동학대 문제가 대두된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누가 봐도 그 정도가 지나치다 싶었다.
 
폭행당사자 아이돌보미 김모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기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아동학대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사람이 혹시 있을 자기 손자나 손녀에게 그런 행동을 했어도 똑같이 말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김씨는 하루에 많게는 10번이나 아이를 폭행했고 지난 2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34번이나 '나쁜 짓'을 했는데 언행 불일치의 단적인 예다.
 
해당 영상을 본 전국의 부모들도 직접 겪지는 않았으나 '나의 일'인 것처럼 들고일어났다. 김씨의 변명도 한몫했다. 영아를 폭행한 돌보미를 비판하는 것에서 나아가 정부가 운영한 아이돌보미가 학대의 주범으로 활동한 것에 대해 분노했다. 국가 서비스까지 믿을 수 없다는 걱정과 함께 이제 어디에 아이들을 맡길 수 있겠느냐는 한숨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해마다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온다. 결혼하지 않는 인구가 늘면서 한 가구에 아이가 두 명만 있어도 출산율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다. 주변에 예비 엄마·아빠들은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어도 친지 외 아이를 믿고 맡길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혼자 벌어 부족한 시대, 그렇다고 맞벌이로 밖에서 한바탕 전쟁을 치른 뒤 안에서 육아 전쟁까지 벌여야 하는 현실을 감당할 부모는 극소수다.
 
이번 영아의 부모도 평범한 맞벌이 부부였다. 아이와 가족 미래를 위해 두 부부는 아이 양육 대신 밖에 나가 함께 돈을 벌었을 테다. 가족에게 맡기기 어려운 사정상 그나마 믿을 수 있는 정부 지도 아래 있는 아이돌보미를 선택했을 것인데 아이는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부부에게 평생 잊지 못할 아픔만 돌아왔다. 
 
정부와 법원은 전국의 부모가 함께 분노한 이번 일을 개인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현행법상 징역 5년이 최대형량이지만, 법원은 적어도 이번만큼은 아동학대 범죄자를 단죄해 더는 눈 뜨고 볼 수 없는 아동학대의 재발을 막아야 하고 정부도 매년 출산율 부족을 하소연할 게 아니라 아이를 낳아도 안심하고 맡길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 어찌 됐든 아이는 죄가 없다.  
 
김광연 사회부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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