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과로로 인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 보고서가 발간됐다. 보고서는 최근 정부가 추진중인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연간 노동시간 비교(2015년, 취업자 기준).자료/보건사회연구원
21일 보건사회연구원에 발간한 '과로로 인한 한국 사회 질병부담과 대응 방안'보고서에 따르면 상용일자리에서의 평균 근로시간이 길수록 모든 이유로 인한 사망과 악성종양, 뇌혈관계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았다. 전체적인 수명손실과 악성종양, 뇌혈관계질환과 함께 순환기계질환,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인한 수명손실도 증가했다.
분석 결과, 주 48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 비율이 1%포인트 높은 국가에서 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는 전체적으로는 5.0명, 뇌혈관계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6명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 48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 비율이 1%포인트 높은 국가에서 잠재수명손실연수는 평균적으로 75.2년 높고 악성 종양은 5.1년, 순환기계질환은 23.6년, 허혈성 심장질환은 10.7년, 뇌혈관계질환은 5.7년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경제활동인구조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취업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27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66시간보다 507시간이 길다. 이는 일본의 1719시간보다도 554시간이나 긴 노동에 해당한다. 실노동시간이 법정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인 사람은 503만명(26.2%)에 그치며, 주 40시간을 초과해서 연장근로를 하는 사람은 1042만명(54.2%)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법정연장근로 한도인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가 345만명(17.9%), 과로사 기준인 주 60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자는 113만명(5.9%)이다.
문제는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사전 예방 차원의 정책으로 ‘장시간 근로자 보건관리지침’과 ‘뇌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발병위험도 평가 및 사후관리지침’, ‘근로자 건강센터’ 운영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대부분 사업주의 자율적 판단하에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실제로 사업장에서 이를 잘 이행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할 근거가 없다. 따라서 근본적인 업무환경 개선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아울러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당초 과도한 노동시간을 줄여 일과 생활의 균형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취지와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탄력근로제가 확대될 경우, 그만큼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보사연 관계자는 "노동자들의 적절한 치료와 재활, 직장 복귀를 도울 수 있도록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면서 "질병 발생의 원인과 관계없이 아픈 노동자에 대해서는 공적제도를 통해 동일하게 보장해 줄 수 있도록 상병수당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