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정부는 24일 6조7000억원 규모의 '미세먼지·민생'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확정해 25일 국회에 제출한다. 정부여당은 추경의 신속한 집행으로 경기하방 위험에 적극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추경 특성상 집행시기가 파급효과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국민 혈세를 퍼 쓰기 위한 총선용 정치추경"이라며 격렬히 반발하고 나서 심사에 진통이 예상된다.
6조7000억원의 추경안은 △미세먼지 대응 1조5000억원 △산불 대응시스템 강화 등 국민안전 투자 7000억원 △선제적 경기 대응과 민생경제 긴급지원 4조5000억원 등이다. 추경 편성의 직접적 계기는 미세먼지 대응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선제적 경기 대응에 더 방점이 찍혀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그동안 "당면한 경기하방 위험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 자칫 우리 경제가 위축되고 서민경제 어려움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선제적이고 보다 과감한 경기 대응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2.6% 달성이 쉽지 않은 만큼 추경과 함께 보강대책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정부 관계자가 공개적으로 '경제위기론'을 언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대내외 경제여건이 좋지 않고 하방위험이 커져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8일 2.5%로 0.1%포인트 내렸다. 미·중 무역갈등,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신흥국 금융 불안, 유가 상승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것도 변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여당은 올해 하반기 본격적인 경제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기대응에 투입하는 4조5000억원이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3월 권고한 9조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투입시기라도 최대한 앞당겨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국회의 추경안 처리가 늦어지면 정부의 추경 집행 타이밍도 늦어져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렇지만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혁안·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추진에 격앙된 한국당은 국회 의사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추경심사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한국당의 '문재인정권 경제실정백서특별위원회'는 이날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이번 추경은 총체적 '부실 추경'이자 내년 총선을 겨냥한 명백한 '정치 추경'"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 실패에 대해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부터 한 다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추경 제안을 하는 것이 기본순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 ‘문재인정권 경제실정백서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추경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