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정부가 아파트 청약 예비당첨자 비율을 공급물량의 5배로 확대한다. 현금부자와 다주택자들의 이른바 '줍줍(미분양 물량 주워 담기)'을 최소화하고, 청약자격을 갖춘 1·2순위 내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돕겠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9일 예비당첨자 선정 비율을 전체 공급물량의 80%에서 500%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무순위 청약제도 도입 이후 진행된 5곳의 평균 청약경쟁률이 5.2대 1로 공급물량 대비 5배의 적정수요가 있는 것으로 보고 이에 맞춰 예비수요도 공급물량의 5배수가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대상 지역은 무순위 물량에 대한 관심이 높은 서울과 과천, 분당, 광명, 하남 등 투기과열지구에 한해 적용한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미분양분 물량의 공급 방식을 개편했다. 올해 2월 처음 시작한 무순위 청약은 1·2순위 청약 당첨자와의 계약을 진행하고, 예비당첨자까지 순번이 돌아간 뒤 남은 물량을 배분하는 방식이어서 이른바 3순위 청약으로 불린다. 하지만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다주택자도 신청이 가능해 너도나도 청약을 신청하면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에서는 첫 사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에서 총 1만 4376명이 신청해 12.7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최근에는 174가구 미계약 물량이 발생한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 역시 5835명이 몰려 평균 33.53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하지만 무순위 청약 시행 이후 정작 실수요자들보다는 자금력이 좋은 현금부자나 기존 다주택자들이 혜택을 본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도 예비당첨자 비율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제도 개선으로 앞으로는 1·2순위 내 후순위 신청자의 계약 기회가 늘어나면서 무순위 청약 물량도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바뀐 예비당첨자 비율은 별도의 법령개정 없이 청약시스템 '아파트투유'의 개선 작업을 거쳐 이달 20일 이후 입주자 모집 공고부터 적용된다.
아울러 국토부는 사업주체 홈페이지나 모델하우스에 청약자격체크리스트 및 필요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규정해 관련 규정 미숙지로 인한 부적격자 발생 비율을 줄이고, 청약 신청자가 사전에 청약자격과 자금조달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한 후 신청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향후에도 미계약물량의 발생 및 공급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필요시 무주택 실수요자가 보다 많은 기회를 갖도록 관련 제도개선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11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 견본주택 앞에서 방문객들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