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회사로부터 해고당한 뒤 '세금 착복'·'부당해고'를 주장하는 현수막으로 시위한 택시기사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양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양씨는 A교통 주식회사 택시기사로 근무하다가 2014년 '교통사고 처리 회피 및 지시 불이행'을 이유로 해고됐다. 이에 불복해 법원에 해고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나 판결이 확정됐다.
해고가 정당함에도 양씨는 2017년 4월과 5월 도봉구청과 A교통 앞에서 '택시 노동자의 권리를 짓밟는 A교통 대표의 부가세 감면분 착복, 부당해고 규탄한다', '부가세 미지급 분에 대한 해명을 하라. 부당 해고는 갑의 횡포다', '부당해고 자행하는 A교통 규탄한다'는 현수막과 피켓을 게시한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됐다.
1심은 "'부당해고'라는 문구는 피해자의 해고라는 행위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서, 이미 피고인에 대한 해고가 위법하지 않다는 확정판결이 있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표현을 피고인 개인의 주관적 평가를 표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금액 차이가 있는 사실은 인정되나, 부가세 감면분 산정방식이나 지급 방법이 계속 변동되어 법률적 검토와 노사 간 합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보이는 점 등을 볼 때 '감면분 착복’이라는 표현은 단순 의문 제기를 넘어서 착복하였음에 대한 단정적 표현이므로, 허위사실 적시가 분명하다"고 양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도 "‘부당해고’라는 이 부분 표현은 단순한 의견 표명으로 보기 어렵고,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부가세 감면분 착복' 역시 허위의 사실이며 피고인 또한 허위임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양씨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