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이 다른 선박과의 충돌로 침몰해 한국인 7명이 사망했고, 19명이 실종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면서 정부의 총력구조 및 사고수습 등을 지시했다.
외교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현지시간 29일 밤 9시5분(한국시간 30일 오전 4시5분)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유람선 '하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대형 크루즈선과 충돌해 침몰했다. 유람선에는 헝가리인 승무원 2명과 한국인 33명 등 총 35명이 탑승했다. 한국인은 '참좋은여행' 패키지 투어 여행객 30명과 인솔자 한명, 현지 가이드 2명이다.
이중 7명의 생존자는 △정영아(31·여)씨 △황성자(49·여)씨 △이옥희(66·여)씨 △안희철(60·남)씨 △이윤숙(64·여)씨 △윤나라(32·여)씨 △김용미(55·여)씨 등으로 현지 3개 병원에 분산돼 치료를 받고 있다. 사망자 7명의 신원확인은 아직 안 된 상황이다. 실종자 19명의 수색도 진행되고 있지만 현지 기상상황이 좋지 않아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사고 직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헝가리 정부와 협력해 구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중심으로 중앙재난대책본부 즉시 구성 △현지 신속 대응팀 급파 △국내의 피해자 가족들과의 연락 및 상황 공유 등도 주문했다.
이어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긴급대책회의도 열어 현재상황과 현지 조치상황, 부처별 협조가 필요한 사항등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 결과 외교부에서는 소방청 구조대 2개팀 12명을 포함한 18명을 1차 신속대응팀으로 현지에 급파하기로 했다. 후속대로는 세월호 구조 유경험자 등으로 구성된 해군 해난구조대 1개팀(7명)과 해경 구조팀(6명), 국가위기관리센터 2명 등을 파견할 계획이다. 사망자의 신속한 국내 운구, 부상자와 그 가족의 귀국 등 필요한 조치도 세심히 준비하기로 했다.
한편 이번 사고는 한국인 단체여행객의 다뉴브강 야경 투어 과정에서 발생했다. 여행사에 따르면 가족 단위 관광객 9개 단체가 탑승하고 있었다. 연령대는 대부분 40~50대로, 탑승객 중 최고령은 72세 남성, 최연소는 6살 여자아이다. 여행사 관계자는 "당시 현장에 비가 오기는 했지만 모든 유람선이 정상 운행하고 있었다"면서 "(패키지) 옵션에 기본적으로 포함된 일정이고, 전 고객이 참여를 희망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광을 마치고 귀환하는 유람선을 스위스 선적 '바이킹 리버 크루즈'가 뒤에서 추돌해 전복이 됐다. 여기에 피해자 대부분이 구명조끼를 입지 않아 인명피해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뉴브강은 최근 한 달 동안 비가 많이 와 강물이 많이 불었고 유속이 빠르며, 수온 역시 15도 이하로 아주 낮은 상황으로 전해진다.
외교부 강형식 해외안전관리기획관은 "현지 공관에 확인한 바에 의하면 (구명조끼) 착용은 안 했다"면서 "관행이 이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고 원인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왜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는지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현지시간 29일 오후 한국인 관광객 등이 탑승한 유람선 '하블레아니'호가 침몰한 가운데 구조 보트가 사고현장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