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달 말까지 인하 가능성을 차단했던 이 총재가 첫 태도 변화를 보였다는 점에서 연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는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등의 불확실성을 우려했다.
12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국은행 창립 69주년 기념식에서 이주열 총재가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은
이 총재는 12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은 창립 69주년 행사 기념사에서 통화정책에 대해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 추이와 영향을 면밀하게 점검하면서,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가 '상황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 등의 언급을 내놨다는 점에서 시장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했다. 경제회복이 더딜 경우 금리를 내려서라 경기부양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최근까지도 금리인하 가능성을 차단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놨다. 지난달 31일 금리 동결을 결정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직은 아니다"라고 금리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가 불과 12일만에 금리에 대한 입장을 선회한 것은 경기가 예상보다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라는 게 업론의 중론이다. 이 총재도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여건에 대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 두 가지가 올해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반도체 경기도 당초 예상보다 회복 시기가 지연될 수 있을 것 같아 우려스럽고, 미·중 무역분쟁도 어려운 쪽으로 흘러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제언했다.
이 총재의 이번 금리 인하 가능성 발언은 2016년 6월 이후 처음이다. 2007년과 지난해 11월에 금리 조정이 있었지만, 모두 인상이었다. 인하로 정책 기조가 선회한 것은 3년 만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이주열 한은 총재의 발언에 대해 "통화정책의 완화적 기조로 변화할 가능성을 진전되게 말씀하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리를 내리는 시기는 4분기가 점쳐지나, 3분기에도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구체적 시기는 다음주 예정된 미국의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점도표 하향 여부 및 국회 추경안 승인 등에 따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공동락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수장들이 일제히 경기진단이나 대응에 대해 일정한 톤은 맞췄다는 것은 사실상 금리 인하에 대해 시사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며 "인하 시기를 4분기에서 3분기로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