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안 받고 나홀로 회견 강행한 박상기 장관

"질의 없는데 회견장 오라는 이유 뭐냐" 법무부 출입기자단 보이콧

입력 : 2019-06-12 오후 4:52:38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종료된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 활동 종료 관련해 질의응답을 받지 않고 미리 준비한 의견문만 읽고 끝내는 기자회견을 고집해 논란을 낳고 있다. 
 
박 장관은 12일 오후 2시30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법무부 출입기자단을 모두 빠진 상태에서 검찰 과거사 진상 조사 활동 종료 관련 브리핑을 열었다. 일부 비출입기자와 현장 스케치를 위한 사진·촬영 기자 등을 제외하고 브리핑실 자리는 텅 비어 있었지만, 박 장관은 준비한 과거사위 진상 조사 활동 종료 관련 발표문을 읽고 브리핑장을 빠져나갔다.
 
브리핑 시작 1시간여 전 법무부가 "장관의 발표 이후 장관과 별도의 질의응답 시간은 마련되지 않을 예정으로 브리핑 관련 질의가 있으면 대변인 등에게 가능한 문자 방식으로 질의해 달라"고 밝히자 법무부 출입기자단 사이에서는 "질문을 받지도, 답하지도 않을 거면서 기자들을 발표장에 부르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말이 나왔다. 이후 기자단은 박 장관이 취재진의 질의응답을 받지 않으면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고 브리핑에 앞서 배포하는 의견문도 쓰지 않기로 했다. 
 
법무부는 오후 2시경 "장관 대신 법무부 대변인이 질의응답을 받겠다"고 처음과 달리 입장을 바꿨고 기자단은 "장관 없이 대변인이 대신하는 질의응답은 의미가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으며 이날 브리핑과 보도자료를 최종 보이콧했다. 이에 미리 나와 있던 일부 출입기자들은 현장에서 철수했다.
 
기자단은 장관이 질의응답을 할 수 없는 까닭을 법무부에 공식적으로 질의했고 법무부는 "브리핑 자료에 충분한 내용이 담겨있으며, 대변인을 통해 공식적으로 현장에서 질의응답하는 것이 부족하지 않고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2017년 12월 발족한 과거사위는 지난달 31일을 끝으로 1년6개월여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그간 과거사위는 약촌오거리 사건·강기훈 유서대필 사건·PD수첩 사건·남산 3억원 제공 의혹 등 신한금융 사건·삼례 나라슈퍼 사건·낙동강변 2인조 살인 사건·고 장자연씨 사건·김학의 게이트 사건 등 17건의 주요 과거사 사건들을 조사했고 검찰총장 사과 및 재발방지 제도 마련 등을 권고했다.
 
활동은 끝났으나 과거사위를 향한 논란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 사이의 부조화가 꾸준히 제기됐었고 과거사위가 수사권고했지만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과거사위를 무고 등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남산 3억원 의혹 사건 관련해서도 과거사위는 이상득 전 의원을 수사권고했으나 최근 검찰은 최종 수령자를 밝히지 못했다고 결론 내리는 등 여러 사건 관련해 '부실 조사'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2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검찰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 활동 종료 언론 브리핑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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