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놓은 가운데 관련국들 사이에 접촉도 진행 중이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 만큼 북한 측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우리 정보당국 관계자는 17일 "남과 북, 미국 사이에 물밑채널은 계속 가동 중"이라며 "공개할 수 없지만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것은 맞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연일 좋은 대북관계를 홍보 중이다. 그는 16일(현지시간) 공개된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을 "매우 터프한 남자이면서 똑똑한 사람"이라고 지칭하며 “지금 당장은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정말로 매우 강한 관계"라고 밝혔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전화통화서 트럼프 대통령 방한과 한반도 정세 등을 포함한 상호 관심사를 논의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강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은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 방한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 한미동맹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오는 24일 전후로 방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미 간 실무접촉이 이뤄질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스웨덴 의회 연설에서 "북미 간의 구체적인 협상 진전을 위해서는 사전에 실무협상이 먼저 열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 12일 "북한과 실무급에서 대화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고 의지가 있다"고 말한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주목된다.
북미 간 실무협상이 진행될 경우 올해 초 김 위원장의 대미 친서 발송과 비건 대표의 평양 방문, 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진 금년 초 움직임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한 바 있으며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미 고위당국자들은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고 이희호 여사의 조의문·조화를 전달하기 위해 판문점에 온 점을 주목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4일 기자들을 만나 "김 제1부부장은 지위와 상관없이 상징성·대표성이 남다르다고 볼 수 있다"며 그 의미를 부여했다. 이는 북한 당국의 대화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문 대통령이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계속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미 정상회담 전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의 비핵화 관련 의견을 파악하고, 이후 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