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트럼프에 '친서' 한국엔 '조화' 전달…한반도 대화문 열리나

볼턴은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거론…김여정, 판문점서 이희호 여사 조의문·조화 전달

입력 : 2019-06-12 오후 4:18:34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했다. 우리 측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통해 고 이희호 여사 조의문·조화를 전하는 것으로 추모에 나섰다. 이번 일을 계기로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단절됐던 남북·북미 간 공식대화가 재개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김정은으로부터 방금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친서를 어제 수령했다고 설명한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에게 친서를 보여줄 수는 없지만 매우 따뜻하고 멋진 친서였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친서 전달사실을 공개한 것은 지난 2월 말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김정은의 리더십 아래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주민들이 훌륭하며 한국과 중국, 러시아 사이에 위치한 북한의 지리적 위치도 좋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과의) 관계는 매우 좋다. 우리는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아주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개최 성과를 자평하고 한반도 정세가 2018년 초를 기점으로 나아진 점 등을 거론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그동안 대화나 접촉이 전혀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북미 간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에도 남북·북미 간 물밑접촉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전날 "탐문한 바에 따르면 '접촉은 시작됐지만 협상은 진전되지 않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북유럽 3개국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0일 "대화의 모멘텀이 유지되고 있고 남북·북미 간 대화를 계속하기 위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조만간 남북 간, 북미 간에 대화가 재개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한 것을 놓고 정상 간 '톱다운' 방식으로 교착상태가 뚫리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문 특보는 "북한의 정책결정 성격을 봤을 때 (북미 정상 간) 톱다운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 판문점 등에서 '원포인트' 남북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이후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온다. 내년 초부터 미 대선레이스가 본격화되는 것을 감안할 때 회담이 열릴 경우 올해 하반기가 유력하다.
 
실제 가능성도 커지는 분위기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3차 미북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며 "김 위원장이 키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단계적·동시적 북핵문제 해결을 지속 주장하는 가운데 일정 수준의 비핵화 초기조치를 요구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북한의 호응이 있을 경우 북미 협상이 속도를 낼 가능성도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이란 핵협상 파기 속 별다른 외교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북핵 협상 재개가 그나마 내세울 만한 과제로 꼽힌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중재역할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법은 북미 양국이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남북 대화가 재개될 경우 우선 의제는 북미 간 비핵화 방법론 이견을 좁히기 위한 북한 의중 파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 부부장이 판문점에서 이희호 여사 조의문·조화를 우리 측에 전달하는 것으로 남북관계 소강상태 속에서도 기본적인 예의는 표시한 가운데 관련 움직임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편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 관련 "(발송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도 "그 이상은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재생에너지 관련 연설을 위해 백악관에서 아이오와주로 떠나기 전 기자들을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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