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카드' 적폐·개혁 둘다 잡는다

문 대통령, 새 검찰총장 후보 '파격' 지명…고위직 대규모 물갈이 전망

입력 : 2019-06-17 오후 4:47:05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을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현 문무일(58·18기) 총장 보다 다섯 기수나 낮은 파격 인사다. 윤 후보자가 임명되면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고검장을 거치지 않은 첫 총장이 된다. 검찰조직을 쇄신하고, 임기 내 적폐청산과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인사로 풀이된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윤 후보자는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부정부패를 척결해 왔고, 권력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을 보여줬다"며 "특히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탁월한 지도력과 개혁 의지로 국정농단과 적폐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검찰 내부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두터운 신망을 받아왔다"고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윤 후보자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를 뿌리 뽑음과 동시에 시대적 사명인 검찰 개혁과 조직 쇄신 과제도 훌륭하게 완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윤 후보자를 지명함에 따라 법무부는 인사혁신처에 관련 내용을 송부한다. 이어 18일 국무회의에 윤 후보자 임명 제청안이 상정되고, 제청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국회에 인사청문 요청서가 제출된다. 다만 현행법상 검찰총장은 국회 인사청문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대통령의 임명이 가능하다.
 
지명소식이 발표되고 윤 후보자는 기자들과 만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등 현안에 대해선 "앞으로 차차 여러분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윤 후보자의 파격 발탁에 검찰 내부는 물론 정치권과 재계도 긴장하고 있다. 우선 검찰 내 관행에 따라 윤 후보자보다 기수가 높은 19~22기 검사들의 줄사퇴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 고위급 인사의 혼선도 불가피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거세게 흔들릴 검찰 내부 조직을 추스르는 것이 윤 후보자의 첫 숙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권과 재계를 향한 '적폐청산' 수사 드라이브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윤 후보자를 '문재인 사람'으로 부르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성은 날 샌 지 오래"라면서 "이제 얼마나 더 크고 날카로운 칼이 반정부 단체와 반문 인사들에게 휘둘려 질 것인가"라고 경계했다.
 
한편 윤 후보자는 검찰내 특수통 검사이자 대표적인 강골로 유명하다. 특히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를 이끌다가 검찰 수뇌부와 정면으로 부딪치고 '외압'을 폭로한 전력도 있다. 그는 이후 좌천성 인사로 한직을 전전하다가 지난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서울중앙지검으로 승진 발탁돼 국정농단, 사법농단 등 적폐 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해 청와대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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