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6월 4차 남북 정상회담'을 공론화하면서 실제 성사 가능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회담 개최 여부에 따라 북미 비핵화 대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속도가 결정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북유럽 순방을 마치고 17일 귀국하면서 남북 정상회담도 본격 추진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6박8일 북유럽 순방기간 6월 남북 정상회담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시기와 형식, 장소를 묻지 않고 언제든지 대화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 "남북 간에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연락과 협의로 정상회담이 이루어진 경험도 있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면서 회담 성사는 전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4차 정상회담에 응한다면 지난해 5월26일 2차 정상회담과 같이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원포인트 회담'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약속은 아직 살아있지만, 경호상의 문제로 실현되기는 극히 어렵다는 전망이다.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이달 말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이라는 '빅이벤트'를 앞두고 한반도 비핵화 협상과 평화체제 구축의 전환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만약 지금의 교착상황이 유지될 경우 일본은 G20에서 납북자 문제를 공론화하며 대북제재 강화 여론을 국제사회에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도 방한해 '현 상황에 만족하고 대북제재를 유지할 것'이라는 기존 발언을 되풀이 할 것이 유력하다.
반면 4차 남북 정상회담이 현실화하고 김 위원장이 보다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 등을 발표할 경우 상황은 급반전될 수 있다. G20에서 한반도 비핵화 지지 여론이 형성될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인 대북 메시지를 내놓으며 3차 북미 정상회담 역시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트럼프 대통령 방한 관련 협의를 진행하기 위해 24일 한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27일 방한할 계획이었지만, '김정은 친서'가 공개된 이후 일정을 사흘 앞당겼다는 후문이다. 그가 이례적으로 긴 기간 한국에 머무는 것은 북한과의 물밑접촉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진 않다. 아직은 북미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면서 미국과 우리 정부의 태도변화를 촉구하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물리적 시간이 촉박해 늦어도 이번 주 내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북한 전문 여행사 고려투어는 14일 자사 홈페이지에 북한 조선우표사에서 지난 12일 발행한 '역사상 첫 조미(북·미) 수뇌상봉과 회담'이란 제목의 기념우표를 공개했다. 우표 하단에는 인공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그려져 있다. 북한이 북미회담 관련 우표를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북미협상 재개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동시에 노동신문은 16일 '날로 강화되는 미국의 반 이란 압살 소동' 제목의 외신기사를 통해 "미국이 이란을 제재하면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의 대북 제재유지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또 같은 날 대외선전매체 '메아리' 등은 우리 정부를 향해 "외세의 간섭과 개입을 묵인하고 그에 추종한다면 언제 가도 북남관계발전과 민족의 평화번영을 이룩할 수 없다"고 압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26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