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국내 기업의 1분기 매출액이 2년6개월만에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다. 주요 업종인 반도체와 석유화학, 건설이 부진했던 영향이 컸다. 성장성 뿐만 아니라 수익성, 안정성 지표까지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기계·전기전자 등 제조업 수익성이 악화됐다. 사진은 국내 한 반도체 제조업체 직원들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2019년 1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1~3월 국내 법인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2.4%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마이너스 전환했다. 지난 2016년 3분기 -4.8%을 기록한 이후 처음 겪는 역성장으로, 작년 4분기(6.0%)와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인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말 기준 외부감사 적용대상(자산 120억원 이상) 법인기업 1만7200곳 중 3333곳을 표본 삼아 성장성과 수익성, 안정성을 분석한 결과다.
기업 성장성이 마이너스를 보인 데에는 제조업 중에서도 반도체와 석유화학 업종의 부진이 영향을 끼쳤다. 반도체를 포함한 기계·전기전자의 매출액증가율은 -9.0%로 전기(-1.9%)에 비해 더 하락했다. 석유화학은 -1.4%로 전기(19.4%)에 비해 급감했다. 또 건설업 매출액증가율이 -6.0%를 기록해 비제조업 전체가 -0.7%로 역성장했다.
다만 성장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인 총자산증가율은 3.2%로 전년 같은 기간 1.8%를 기록한 데서 상승했다. 한은 관계자는 " 매출액증가율이 2016년 3분기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보였지만, 총자산은 증가해 성장성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며 "두 지표가 서로 반대되는 사인을 줄 때는 판단을 안한다"고 말했다.
1분기 수익성도 좋지 않았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액을 나타내는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3%로, 전분기(4.0%)보다는 개선됐지만 전년(7.5%)보다 악화됐다. 부문별 영업이익률은 제조업이 전년 9.1%에서 5.7%로, 비제조업이 5.4%에서 4.6%로 각각 하락했다. 특히 비제조업 영업이익률은 전기가스업을 중심으로 떨어졌는데, 한국전력공사 영업손실이 전년 1조4000억원에서 올해 2조4000억원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기업 체질을 보여주는 부채비율도 악화됐다. 부채비율은 전기 82.1%에서 1분기 86.7%로 상승했으며, 차입금의존도는 21.8%에서 22.8%로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부터 우리나라 리스회계 기준이 변경됐다"며 "운용리스를 자산 및 부채로 인식하는 쪽으로 회계기준이 바뀐 탓에 도매와 소매업, 운수업을 중심으로 부채비율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