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이하 모하메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청와대에서 회담을 하고 △양국관계 발전 및 실질 협력 증진 방안 △한반도 및 중동지역 정세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양국 협력 분야를 전통적인 에너지, 건설·인프라를 넘어 4차산업 등 보다 다양한 분야로 확대·심화시켜 나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 2층 접견실에서 열린 회담에서 "한국과 사우디는 1962년 수교 이래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특별한 우호와 상생의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혁신적 포용국가 정책과 사우디 정부가 추진 중인 '비전 2030'은 공통점이 많아 서로 협력할 여지가 매우 많다"면서 "두 나라가 사우디의 '비전 2030' 성공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두 나라 관계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에 빈 살만 왕세자는 양국 관계를 '오래된 형제의 관계'로 표현하고 "양국은 정무, 안보, 국방, 문화 등 다양한 모든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라고 할 수 있다"면서 "양국이 서로 국방 분야와 경제 분야 협력을 통해서 양 국민들이 더욱 더 번영하고 안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회담 후 공동 언론발표문을 채택해 양국 협력 분야를 전통적인 에너지, 건설·인프라를 넘어 보다 다양한 분야로 확대·심화시켜 나가기로 했다. 특히 이와 관련해 ICT, 전자정부, 자동차 산업, 수소경제, 로봇, 건강보험, 문화, 지식재산, 획득, 산업·연구개발·기술, 경제 분야 싱크탱크 간 협력, 금융감독기관, 관광, 체육 분야 등 총 16건의 양국 정부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한 양국 기업 간에는 석유·로봇·선박 등 분야에서 총 83억달러(9조6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8건의 MOU를 별도 체결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양국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공식 오찬을 개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모두 참석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번 방한에서 사우디의 산업구조를 ICT 중심의 첨단산업으로 변모하는 '비전 2030' 실현을 위해 한국 기업과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상은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사우디 아람코 사가 대주주인 에쓰오일(S-OIL) 복합 석유화학시설 준공기념식에도 함께 참석했다. 아람코는 오는 2022년까지 총 60억달러(약 7조원) 규모의 후속 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다. 청와대는 "이 시설은 우리의 최대 원유 공급국인 사우디의 석유 생산능력과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정유·석유화학 부문을 결합해 경쟁력 있는 밸류체인을 구축한 사례로, 양국 간 대표적인 경제 협력 성공사례"라고 평가했다.
한편 전날 한국을 공식 방문한 빈 살만 왕세자는 차기 사우디 왕위계승자로, 사우디 왕위계승자의 한국 방문은 21년 만이다. 공식 직함은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이지만, 청와대는 정상급 국빈방문에 준하는 수준으로 예우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내년 의장국 정상 자격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26일 청와대 본관에서 회담을 앞두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