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종합주방용품기업 삼광글라스가 이복영 회장의 뚝심 경영으로 적자 탈출에 나선다. 창사 이래 첫 적자의 위기 속에서도 사회공헌사업과 주주친화정책을 고수해온 책임 경영의 결실을 올해에는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포부다. 유리밀폐용기 '글라스락'으로 대표되는 B2C사업에서는 친환경 트렌드에 맞춰 브랜드 가치 제고를 꾀하고, 전통 사업 영역인 B2B에서는 해외 판로 확대를 추진한다. 동시에 토지 등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건전성 개선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삼광글라스는 지난 1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705억원, 영업손실 49억원을 기록했다. 창사 50주년이었던 지난 2017년 첫 적자를 기록한 이후 손실 기조가 계속된 것. 다만 당기순이익(3365억원) 기준으로는 흑자 전환에 성공해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기대감을 높였다.
업계에서는 이복영 회장의 책임 경영이 삼광글라스의 위기 극복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한다. 고 이회림 OCI 창업주의 둘째 아들인 이 회장은 삼광글라스 지분 22.1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수시로 회사에 출근해 경영 현황을 꼼꼼히 살피고 있다.
그의 리더십은 위기 때 더욱 주목받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 2017년과 2018년 차등 배당을 실시한 점이다. 삼광글라스는 지난 2017년에는 주당 350원, 2018년에는 주당 750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했는데, 이 때에 이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은 배당에서 제외했다. "어려울 때 함께 해준 주주들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이 회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삼광글라스는 또 지난 2월 2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을 결정하는 한편 이 회장 단일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 역시 이 회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광글라스는 지난해 론칭한 '노 플라스틱, 예스 글라스!' 캠페인의 일환으로 협력사 50여곳에 유리컵 2000개를 무상 지원했다. 사진/삼광글라스
경영난 속 사회공헌사업도 꾸준히 이어갔다. 삼광글라스는 지난 2011년부터 환경과 건강에 무해한 유리 소재로 환경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한 프로그램 '원 그린 스텝'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9년간 어린이집과 병원, 학교 등에 글라스락을 8만개 이상 지원했으며, 올 초에도 녹색병원 등에 1만개의 글라스락 제품을 제공했다.
적자폭이 더 커졌던 지난해에는 더 나아가 환경 캠페인 '노 플라스틱, 예스 글라스!'를 론칭했다. 과도한 플라스틱 사용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함에 따라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에 대중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들은 우선 협력사 50여곳에 글라스락 유리컵 2000개를 무상 지원했고, 글라스락 공식몰 이벤트를 통해서도 올해 말까지 매월 10개 기업에 최대 500개의 유리컵을 증정키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에는 오너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며 "회사 사정이 여의치 않음에도 좋은 일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삼광글라스는 올해에는 영업 측면에서도 긍정적 성과를 내겠다고 자신한다. 대표 브랜드인 '글라스락'의 가치 제고와 수익성 확보가 중심에 있다. 상반기 오픈한 본사 직영 글라스락 공식몰을 통해 온라인 매출 확대를 꾀하는 동시에 북미와 유럽, 중국, 동남아 등 해외 시장 개척에도 속도를 낸다. 유리가 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고 환경 오염도 유발하지 않는 대체 소재로 각광을 받는 등 대외 환경도 우호적이다.
B2B 영역에서는 신규 거래처 개척과 신제품 제안에 주력한다. 병과 캔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고 다양한 거래처 제품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집중 부각할 계획. 실제로 수입맥주의 공세에 따른 국내 시장 위축에 맞서 그간 지속적으로 공을 들여온 해외 거래선 확장은 점차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생활용품 아웃소싱 사업 등 신규 분야로의 사업 다각화도 추진한다. 하반기 중으로 기존 글라스락 제품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제품군을 구성해 새로운 시장 진출의 첨병으로 삼을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인천시 학익동 공장 부지 매각을 통해 재무 건전성도 개선할 방침이다. 학익동 부지의 잠정 보상가는 11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됐으며, 이를 통해 상당량의 현금 유동성 확보가 기대된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