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장관 4명을 포함해 장관급 인사 10명을 교체했다. 정치인 비율은 대폭 줄이고 개혁성·전문성을 갖춘 교수와 관료 출신을 중용한 것이 눈에 띈다. 임기 중반기 들어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다잡고, 본격적인 '개혁성과'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8·9 개각에서 신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최기영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법무부 장관에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김현수 전 농식품부 차관, 여성가족부 장관에 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를 각각 지명했다.
최기영 교수는 반도체·인공지능(AI) 분야 전문가로,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와 맞물려 국산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혁신성장'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엿보인다. 조국 전 수석은 '사법개혁 완수'를 위한 인선이다. 김현수 전 차관은 해당 부처에서 잔뼈가 굵은 실무형 인사이며, 이정옥 교수도 양성평등과 국제인권의 전문가로 알려졌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한상혁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를,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에는 조성욱 서울대 교수를 첫 여성 공정위원장으로 발탁했다. 금융위원회 위원장에는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국가보훈처 처장에 박삼득 전쟁기념사업회장을 지명했다.
한 변호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로도 활동해 가짜뉴스와 왜곡보도 대처에 전문성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 교수는 재벌개혁론자로 일각에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아바타'라는 평가가 나온다. 은성수·박삼득 후보자 역시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인사다.
그 외에 내각멤버는 아니지만 장관급인 주미대사에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낙점됐다. 이 의원은 북핵 6자회담 첫 수석대표를 지낸 정통 외교관 출신이며, 정 전 장관은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남북문제 전문가다.
한편 장관 후보자 4명과 방통위·공정위·금융위원장 3명 등 7명을 대상으로 하는 국회 인사청문회는 이달 하순부터 릴레이로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민주당은 오는 9월2일 정기국회 개회 전까지 모두 마무리하겠다는 목표지만, 야당은 철저 검증을 벼르고 있다.
특히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관심이 모인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문 대통령의 조 후보자 지명을 두고 '선전포고', '협치포기 선언'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민정수석 재직 당시 인사검증 실패 논란 △'폴리페서' 논란 △정치적·이념적 편향 논란 △SNS 정치활동 논란 △55억원 상당의 재산 형성 과정 △가족·병역 등 개인 신상문제 등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에게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