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2016년 4월 설립된 뮤지코인(musicoin)은 세계 최초 저작권료 공유플랫폼이다. 2017년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뮤지코인은 음악계 작곡, 작사가들만 소유할 수 있었던 저작권을 일반인도 소유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음악 저작권 거래소로 자리잡았다.
뮤지코인은 주식과 비슷한 면이 있다. 하나의 노래가 하나의 회사처럼 시장에 상장돼 잘게 쪼개져 여러 사람들이 소유할 수 있게 한다. 뮤지코인이 저작권 일부 혹은 전체를 구매해 옥션(입찰)을 거쳐 여러 사람들이 소유하게 된다. 최근 마감된 휘성의 '눈물길'의 경우 300주로 쪼개 옥션을 진행했다. 옥션 시작가는 7500원이었는데, 최저 9500원부터 최고 1만5500원으로 낙찰됐다. 이 노래의 최근 1년 저작권료(1주 기준)는 1156원으로 시작가(7500원) 대비 15.4%의 연간 수익률이 예측된 경우였다. 1주를 1명으로 단순화하면 휘성의 '눈물길'은 300명의 일반인들이 소유하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뮤지코인은 작곡, 작사가들에게 국한됐던 저작권을 대중화하는 데 기여하는 플랫폼이다.
주식과 비슷한 또 하나의 측면은 '투자'라는 관점이다. 뮤지코인 자체는 하나의 문화투자상품이다. 무형자산인 대중음악의 저작권에 투자하는 세계 최초 IP(Intellectual Property·지적재산권)금융 상품이다. IP는 기존 유형자산과 달리 자산의 적절한 가치 평가가 어려워 투자상품으로 현실화되지 못했다. 뮤지코인은 특허 출원한 음원 수익 예측·분석 시스템을 활용한다. 옥션 시작가는 저작권이 발생하는 평생의 미래가치를 산정해 현재의 화폐가치로 추산한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가 중요한데, 유명 음악차트 톱100에 머무른 음악이 대상이다. 작가 입장에서는 평생 조금씩 받게 될 저작권료를 목돈을 받고 뮤지코인에 판매하는 셈이다.
사진=뮤지코인
보통의 투자와 다른 면도 있다. 보통의 투자라면 적은 돈으로 많은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인데, 저작권 투자의 경우 아티스트를 위해 비싸게 구매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저작권을 비싸게 사는 것은 '팬덤'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JBJ의 'TRUE COLORS'는 시작가 7000원으로 총 수량 1500주 중 186주만 낙찰됐다. 그런데 3만2000원에 2주를 낙찰받은 사례가 있다. 정현경 뮤지코인 대표는 "아티스트의 팬덤이 존재하고 아티스트의 곡의 가치를 상승시키고 싶은 니즈가 있다"며 "수량 미달이면 가격이 시작가 근처인 최저점에서 형성이 돼야하는데 아주 재밌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뮤지코인의 저작권 투자시장은 이처럼 동일한 상품을 싸게 사는 사람과 비싸게 사는 사람이 공존한다. 동일한 상품을 비싸게 산다고 해도 어떠한 혜택이 없는 데도 팬덤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뮤지코인은 단순한 투자상품이라기보다 하나의 문화혁명"이라며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곡을 소유하면서 수익도 거두는 재밌는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뮤지코인은 저작권을 금융상품으로 인정해주는 유일한 사례로 주목받는 기업이기도 하다. 그동안 어떤 기관도 저작권을 투자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안정 자산으로 인식하지도 않았다. 금융권에서도 저작권 등 IP는 담보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뮤지코인에 따르면 지난해 뮤지코인 회원들이 구매가 대비 거둔 저작권료 수익률은 연 12.4%로 집계됐다. 2% 금리에 못 미치는 시중은행의 예금상품보다 월등한 투자 수익률이다. 뮤지코인은 음원시장에서 장기간 일정 수익을 내는 곡들을 선정하고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저작권료 기대 수익률을 연 8~10%대로 설계해 옥션을 공개한다. 저작권은 저작권법에 따라 원작자 사후 70년간의 보호기간이 존속돼 안전성이 보장된다. 특히 국내 음원 소비시장이 전송, 공연, 발송에 집중돼 있어 음반 구매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수익이 발생한다는 면이 안정성을 뒷받침한다.
이같이 혁신적인 문화금융플랫폼으로 평가받는 뮤지코인은 서비스를 오픈한지 만 2년 만에 자본금의 100배 이상으로 밸류에이션하는 데 성공했다. 2017년 매출 1억5000만원으로 시작해 지난해 30억원, 올해 100억원(잠정)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곡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자금력이 뒷받침돼야하는데, 뮤지코인은 금융기관과 함께 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현재 보유곡은 1000곡가량이다. 정 대표는 "아무도 저작권을 안정자산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금융권에서 펀드를 운용할 만큼 지금은 저작권을 금융투자상품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뮤지코인은 아티스트와 관객이 소통할 수 있는 '살롱데이트'도 운영하고 있다. 가수뿐만 아니라 아닌 작사가, 작곡가와 함께 노래가 쓰여진 숨겨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다. 사진은 신사동호랭이의 살롱데이트 모습. 사진=뮤지코인
창업 아이템을 선택한 계기가 있다면.
익숙한 개념을 섞는 걸 좋아한다. 사물을 하나로 바라보면 그냥 평범한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게 너무 갑자기 튀어나오면 거부감이 들기 마련인데, 시장에 필요하면서도 익숙한 개념을 섞어서 선보이게 되면 시장에서는 편안하고 새롭게 볼 수 있게 된다. 뮤지코인의 경우 문화, 금융, IT라는 3가지 개념이 융합해 탄생했다. 문화의 핵심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케이팝이다. 금융과 IT의 경우 핀테크 속성이 사업에 녹아들어 있다. 뮤지코인은 문화금융플랫폼으로 정의할 수 있다.
IP금융으로 뮤지코인의 의의는.
4차산업혁명 시대 가장 중요한 흐름 중 하나는 유형자산에서 무형자산으로의 이동이다. 모두가 무형자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람들 머릿속에 있는 게 무형자산인데, 대표적인 무형자산이 지적재산권이다. 지적재산권이 실제 무형자산 금융으로 실현된 사례가 뮤지코인 이전에 없었다. 정부 또한 지식재산권(IP) 금융을 활성화해 IP 펀드를 2배로 늘리는 등의 지원책을 발표하는 등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뮤지코인은 기존 크라우드펀딩, P2P투자와 자산의 형태가 완전히 차별화된다. 뮤지코인이 IP금융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생태계에서는 뮤지코인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
국내 창작생태계는 굉장히 낙후돼 있다. 창작가가 받는 요율이 9%로, 해외는 11%가량이다. 더 큰 문제는 음원시장 자체가 현저하게 작다는 점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인구가 2배 이상 많은데 음원시장 규모는 10배 이상 크다. 우리는 스트리밍스비스 중심이라면, 일본은 아직도 음반시장이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디지털 콘텐츠 비용 또한 낮다. 정부가 창작생태계를 개선한다고 하지만 기껏해야 인디공연가들의 공연비를 일정 부분 지원하는 수준이다. 창작생태계 핵심은 곡을 만드는 사람이 잘 살아야 한다는 건데, 결국 저작권료가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옥션을 통해 가격이 올라가면 50%를 아티스트에 배분한다. 옥션 시작가는 저작권이 발생하는 평생의 미래가치를 산정해 현재의 화폐가치로 추산한다. 매월 조금씩 나오는 것을 아티스트의 저작권이 평생 낼 수 있는 수익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작가분들은 평생 받을 금액을 한 번에 제공받게 된다. 그런 다음 팬덤을 통해 가격을 올린다. 가격이 200%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작가가 100%를 더 받게 된다는 건데, 평생 받을 저작권의 100%를 더 받는다는 뜻이다. 아티스트 창작 생태계에서는 굉장한 일이다. 뮤지코인은 작가들이 가장 체감할 수 있는 혁신적인 플랫폼이다.
비즈니스 확장 계획은.
뮤지코인은 저작권을 활용한 IP금융이라는 세계 최초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해외로 사업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올해는 일본어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일본에 있는 케이팝 팬들을 우리 쪽으로 유입하는 것이다. 트와이스의 경우 일본에서 인기가 굉장히 많은데, 트와이스 곡을 먼저 론칭할 예정이다. 더 나아가 일본의 제이팝을 양도·양수받아 실제 일본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정현경 뮤지코인 대표. 사진/뮤지코인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