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둔 유통가 표정)혁신으로 재무장한 전통시장들 눈길…"올 추석, 걱정 덜하죠"

활성화 자구 노력 후 방문객 10배 급증…학생·젊은 주부 유입 늘어

입력 : 2019-09-0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대형마트로 대변되는 유통 공룡들에 밀려 위기에 직면했던 전통시장들이 생존을 위한 자발적인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의 수동적인 방법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까닭이다. 스스로 변화에 나선 시장들은 학생들과 젊은 주부 등 젊은층이 즐겨 찾은 핫플레이스로 발돋움하고 있다. 혁신으로 이미 재미를 본 몇몇 시장들의 경우, 추석 특수 기대감마저 여전히 살아 있는 모습이다. 
 
충청남도 당진시에 위치한 '당진전통시장'은 지난 2015년 시장 현대화 사업을 통해 2층짜리 건물을 신축했다. 1층은 기존 상인들이 입점을 마쳤지만 2층은 1년 가까이 마땅한 용도를 결정하지 못했다. 전문 식당가를 만들자는 의견, 병원들을 유치해 메디컬 센터를 만들자는 의견 등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지만 이거다 싶은 방안을 찾지 못했다. 결국 시장 상인회는 당진시와 협의해 연구 용역을 실시한 결과 마트를 유치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시장 상인들의 판매 품목이 신선식품이나 육류 등에 집중돼 있어 마트를 통해 공산품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분야를 보완해보자는 계획이었다. 
 
당진전통시장은 이마트 노브랜드 입점을 통해 대형마트와의 상생을 실현했다. 사진/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하지만 이 역시 대다수의 상인들이 "장사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반대를 했다.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정제의 상인회장과 당진시 측은 매장 면적을 당초보다 줄이고 시장 상인들의 품목과 중복되지 않는 제품들로 한정하는 원칙을 정해 유통 대기업들에 입점 여부를 타진했다. 까다로운 조건에 많은 대기업들이 포기하고 돌아섰지만 이마트가 손을 들었다. 이미 서울 중곡제일시장에서 전통시장과의 상생을 실현했던 경험이 있던 이마트는 PB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노브랜드'를 당진전통시장에 입점시켰고, 산하 재단을 통해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장난감 도서관을 지어 당진시에 기부 채납했다. 
 
지난 2016년 8월 이마트 노브랜드가 입점한 이후 당진전통시장의 분위기는 이전과 사뭇 달라졌다. 우선은 시장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 정 회장은 "인근에 운영하는 공영 주차장이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차량 대수가 340대인데, 지난 3년간의 데이터를 보면 입출차가 계속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젊은층 고객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노브랜드는 학생과 젊은 주부들을 유인하는 매개가 됐다. 이들이 노브랜드를 찾았다가 1층 시장으로 이동해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도 많아 당초 기대했던 '원스톱 쇼핑'의 시너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장난감 도서관은 주부들의 호응이 좋았다. 당진시 거주자로 가입을 제한했음에도 지금까지 누적 가입자 수가 1200명에 달한다. 
 
시장 측은 젊은 고객이 늘어나니 매출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시장을 방문한 절대적인 고객 수가 증가한 측면도 적지 않지만 기존의 고령 고객들에 비해 젊은층의 소비 규모가 더 큰 까닭이다. 정 회장은 "업종별로 차이는 있지만 매출이 줄어든 곳은 별로 없다"고 전했다. 
 
광주 1913송정역시장 모습. 환경 정비 사업을 실시하면서도 역사를 간직할 수 있도록 기존 건물 외벽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을 지향했다. 사진/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광주광역시의 대표 시장인 '1913송정역시장'은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의 방점을 '청년 상인' 육성에 뒀다. KTX 광주송정역 인근 상권을 살리기 위해 광주 창조경제혁신센터, 현대카드와 함께 시작한 환경 정비 사업에서 시장 측은 55개 점포 중 비어있는 17개 점포에 청년 상인들을 유치하기로 했다. 청년 상인들만 모여있는 '청년몰' 형태가 아닌 기존 상인들과 어우러지는 모양을 지향한 셈이다. 청년 사업단을 모집하면서 간판 디자인 콘셉, 인테리어 비용, 6개월치 월세 등을 지원하고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도 실시했다. 청년 상인들은 주로 직접 개발하고 만드는 먹거리 중심의 점포를 열었고, 이는 특화 먹거리로 입소문이 나 외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성과를 냈다. 
 
이와 함께 시장 측은 다양한 축제를 마련해 젊은층이 시장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했다. 오는 9월 말에도 맥주 축제가 예정돼 있으며 10월 마지막주 금·토요일에는 할로윈 축제가 열린다. 범웅 상인회장은 "기존에는 하루 유동인구가 100여명 남짓이었지만 지금은 평균 1000명 정도가 다녀간다"고 소개했다. 주말에는 2000명, 축제 기간에는 5000명까지 방문객이 늘어난다는 것. 그는 "기존 장보기 중심의 시장에 특화된 먹거리를 더하니 시너지가 발생했다"며 "시장 문화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명절이 예전같지 않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지만 스스로 쇄신한 전통시장들의 경우 큰 걱정은 내려놓은 모습이다. 정 회장은 "당진전통시장은 전국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5일장이 열리는데, 장날이면 유동 인구가 1만2000명에 달한다"며 "노브랜드가 입점한 후로는 특별히 더 경기를 타거나 부침이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번 추석도 문제 없다는 자신감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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