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경제를 만들겠다"며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이후 첫 대외 행보로, 다시 한 번 극일 다잡기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현장 국무회의를 열고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는 경제강국을 위한 국가전략 과제"라면서 "한일관계 차원을 뛰어넘어 한국 경제 100년의 기틀을 세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앞두고 백범기념관에서 첫 현장 회의를 주재한 후 두 번째 현장 회의다.
문 대통령은 "오늘 국무회의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경제를 만들겠다는 비상한 각오와 의지를 담았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제조업을 혁신하고, 제조강국으로 재도약하는 길"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소재·부품·장비 생산 기업이 국내 전체 제조업 생산과 고용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에 주목하며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키우는 것은 곧 중소·중견기업을 키우는 것으로, 대·중소기업이 협력하는 산업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이는 장기간 누적되어온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만드는 일"이라며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불확실성 확대, 나아가 국제 분업 구조의 변화까지도 대비하며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무역보복이 시작된 지난 7월 이후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에 범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모든 가용자원을 동원해 기술 국산화와 공급 안정성 확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구체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국산품 대체를 목표로 특정국가 의존도가 높은 25개 핵심 품목의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면서 "반도체 분야에서 소재의 국산화가 가시화되고 있고, 대기업과 국산 부품 양산에 성공한 중소기업이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에 힘을 모았다. 국민적 공감대, 정부 정책, 산업 현장의 변화가 선순환을 시작했다고 봐도 좋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과거와는 다른 접근과 특단의 대책으로 이 같은 긍정적 변화에 속도를 더해 나가겠다"며 △정부 투자 대폭 확대(향후 3년간 5조원 투입 등) △기업 간 협력 관계 구축 및 연구·개발과 생산 연계 △콘트롤타워인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위원회' 설치 등을 추진한다고 소개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현장을 방문하면서 최근 대통령 전용차로 도입한 현대 수소차 넥쏘를 이용했다. 국무회의 앞서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의 '분자선 증착장치'(MBE) 실험실을 둘러보고 연구자들도 격려했다. MBE는 고성능 차세대 반도체 핵심소자 개발을 위한 장치다. 문 대통령은 방명록에 '추격국가에서 선도국가로, 과학기술의 힘으로!'라는 글을 남겼다.
국무회의를 마친 문 대통령은 서울 중구 대한상의로 이동, '소재·부품 수급대응 지원센터'를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지원센터는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조치에 따른 우리 기업의 소재·부품 수급 애로를 원스톱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난 7월22일부터 운영하고 있는 민관 합동 조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차세대반도체연구소를 방문해 반도체 소자 제조장비 MBE실험실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