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빅데이터에 "개인정보 무방비"

개보법 개정 앞두고 관련 우려…"국민적 합의 부족해"

입력 : 2019-09-18 오후 3:53: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4차 산업 시대 흐름에 맞춰 전 세계적 으로 대두되고 있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과제와 보완책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민감한 개인정보 취합 과정에서 오용 및 남용을 막기 위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김상희 의원과 의료민영화저지범국민운동본부, 무상의료운동본부 등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개인 건강의료정보 및 유전정보에 대한 정보주체 자기결정권 침해 문제와 대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현재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돼 오는 27일 심사를 앞두고 있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담고 있는 보건의료 개인정보 사용에 대한 우려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개정안이 개인정보를 '가명정보'로 가공,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조항을 담고 있다. 비록 그 목적이 통계 작성과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존보록 등으로 한정돼 있지만, 모호한 정의에 기업과 개인이 사익 추구를 위한 개인정보 처리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7월 개정안이 담고 있는 '과학적 연구'의 범위가 모호하고 추상적이어서 가명정보가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오남용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또 가명정보를 통해 1차적으로 정보 주체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다른 정보와 결합돼 정보주체 역추적이 가능한 건강·유전정보 특성상 민감한 개인정보가 쉽게 노출되거나 이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상윤 건강과 대안 책임연구위원(직업환경의학 전문의)"보건의료 개인정보가 원칙적으로 익명화가 불가능하단 점은 학계에서 이미 논란이 끝난 공통적 의견이며 민감한 개인정보의 유출 및 악용 피해 실제 사례도 많다"라며 "특히 해당 정보의 빅데이터화에 대한 관심 주체들이 모두 공공성 보단 영리성을 추구하는 집단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지은 참여연대 정보인권사업단장은 "헌법적 기본권에 해당 하는 개인정보와 관련해 심대한 변화를 미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기 전까지 국민적 합의나 동의를 얻는 작업이 부족하지 않았던 점도 문제"라며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라는 기본권을 국가가 보호하고 대책을 마련해야함에도 불구, 오히려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입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현장 진료의로서 진료실에서 나오는 개인정보들은 혈액과 DNA, 유전체 정보 등의 수치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사생활과 직업 등 전반적인 정보가 차트에 기록된다"라며 "쉽게 말해 우울증이나 치매 등의 병력추적도 충분히 가능해지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신약 개발 등의 의료기술 혁신에 빅데이터를 비롯한 4차 산업 기술의 필요성은 각 계가 동의하는 만큼 안전장치 마련과 상업적 가치를 인정한 조화로운 진척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정일영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원은 "안전하게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는 문제인 만큼 핵심은 활용 범위보다는 방식"이라며 "기업만큼 정부 역시 활용하며 오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주체 보다는 활용의 방식과 절차에 중점을 두고 논의해야 진척이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오상윤 복지부 의료정책과 과장은 "결국 국민건장 증진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 지속적인 논의는 필요한 문제"라며 "국내 실정에 맞는 제도적 장치와 기술적 안정성의 확보, 사회적 환원, 신뢰도 증진 등의 과제를 해결하면서 답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개인 건강의료정보 및 유전정보에 대한 정보주체 자기결정권 침해 문제와 대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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