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막말은 결국 되돌아온다

입력 : 2019-09-24 오후 3:13:04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엔젠시스(VM202)' 개발로 기대를 모았던 헬릭스미스가 임상 과정 약물 혼용으로 인한 데이터 오염 탓에 결과 발표를 연기했다.
 
회사 측은 원인 규명과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태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진 상태다. 증권시장 개장과 함께 하한가로 직행한 헬릭스미스 주가에 시장 그늘은 짙어지고 있다. 앞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신라젠과 에이치엘비 임상 결과에 이어 제약·바이오 업계 전반에 걸친 악재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오랜 시간 공 들인 엔젠시스의 임상 3상은 일단 결론 도출에 실패했다. 1%가 채 되지 않은 낮은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에 실패를 무작정 나무랄 순 없다. 예기치 못한 변수로 가뜩이나 속 쓰릴 회사에 업계 악재를 불러왔다고 몰아세우기도 어렵다.
 
하지만 돌아보니 문득 아쉽다. 지난 7월 엔젠시스를 두고 한 차례 임상 관련 의혹이 제기됐다. '임상 3상에서 사용된 약물의 라벨이 잘못돼 3상 데이터를 전혀 사용할 수 없다'라는 내용이 골자였다. 이에 헬릭스미스는 해당 내용이 고의적이고 악질적인 루머라며 의혹 제기자를 '사디스트', '사기꾼'이라고 지칭하며 몽둥이찜질을 내리겠다는 자극적이고 조롱적 표현을 담은 게시물을 회사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자신감을 가지고 한창 진행 중인 회사의 주력 임상에 찬물을 끼얹는 루머에 강경 대응했던 회사의 태도를 지적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기대와 우려를 동반한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기업에서 선택하기엔 지나치게 감정적이었던 면이 있다. 해당 게시물 후미에 관련 내용에 대한 설명을 첨부하긴 했지만 앞서 나온 자극적인 막말에 묻혔다.
 
그리고 다시 현재로 돌아와 헬릭스미스는 결과적으로 데이터 오염이라는 현실에 맞닥뜨렸다. 아직 조사 중인 탓에 오염 출처는 알 수 없다. 회사 역시 라벨링 과정에서의 오염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과거 제기됐던 의혹과 회사의 감정적이었던 막말 대응에 '도둑이 제 발 저렸던 것 아니냐'라는 의심의 눈초리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결과론적인 이야기다. 성공을 의심치 않던 임상 결과 발표에 앞서 제기된 의혹을 수긍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 '임상 결과 도출조차 실패한 마당에 당시 감정적 대응이 그리 대수인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 시장에 더 냉철하고 논리적으로 대응했다면 최악에 가까운 결과를 받아든 오늘, 그 날의 막말이 뼈 아프게 되돌아오진 않았을 터다
 
정기종 산업 2부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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