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불완전판매 이슈가 전부 아니다

입력 : 2019-09-26 오전 6:00:00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주가연계증권(ELS)는 처음엔 원금 보장형이었다. 아무리 주가가 하락해도 원금 손실은 발생하지 않고 상승하면 상승분의 일정 비율만큼 수익이 발생한다. 과연 이런 수익구조를 가진 상품이 가능할까 싶지만 선물·옵션과 같은 파생상품을 결합하면 어떠한 수익구조도 가능하다.
 
파생상품을 결합해서 만드는 금융상품은 주가만을 재료로 하지 않는다. 부동산, 통화, 이자율을 기초로 할 수 있고, 금과 같은 귀금속은 물론 석유·구리·아연과 같은 자원과도 연계할 수 있다. 수십 년간 지속된 모든 대상물의 증권화(securitization)을 넘어 전기나 날씨·자연재해까지도 거래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금융혁신의 결과가 수익뿐만 아니라 위험도 증가시켰다는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최근 불거진 독일 국채 등 이자율에 기초한 파생연계증권(DLS)에는 이자율 파생상품이 포함돼 있다. 선물·옵션·스왑과 같은 파생상품을 섞어서 은행 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제시한다. 손실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확률이 너무나 낮아서 판매자 입장에서도 부담이 없어 보였다. 증권사가 파생연계증권을 설계하고, 자산운용사가 펀드에 포함시켜 파생연계펀드(DLF)를 설정했다. 고객 접점이 가장 넓은 은행 PB(Private Banking)를 통해 일반에 판매됐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만기가 돌아오면서 원금 손실의 확률이 커지기 시작했다. 일부 만기가 도래한 상품은 손실률이 60%라고 한다. 기초자산인 이자율이 변동하면서 처음에 '0'에 가까웠던 손실 확률이 커지기 시작했다. 결국, 독일 국채의 이자율 예측을 잘못했다는 것인데 판매한 은행이 고객에게 예측관련 분석보고서를 어느 정도 제시했는지 궁금하다. 
 
보도에 따르면 위험자산 투자성향이 강한 투자자를 대상으로 상품설명서를 교부하고 손실 가능성에 대한 녹취도 이루어졌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금융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기대수익률이 가장 큰 상품을 판매했는데 거의 나타나지 않을 상황이 벌어졌다는 의견이 많다. 유감스럽게도 기대수익률은 판매 당시의 확률에 근거한 것으로 현실에서 벌어지는 이자율의 분포와는 확연히 다르다. 외국의 이자율을 예측하는 일은 특별한 전문가에게도 어렵고, 관련된 거래도 대부분 그들끼리만 이루어진다. 
 
아무리 공격적인 투자성향이 강하더라도 전액손실 가능성이 있는 몇몇 파생상품을 일반인에게 권유하는 행위는 불완전판매의 범위를 넘어선다. 극단적인 손익구조가 나오는 경우 파생상품을 일반인이 이해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준법감시와 리스크관리 부서에서 법과 규정에 따른 회사의 면책 여부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투자자 보호의 기본을 망각한 것이다. 
 
이번의 파생연계증권 사태는 과거 벌어졌던 키코(kiko)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통화옵션을 몇 개 섞어서 만든 키코는 환율이 일정 구간을 오르고 내림에 따라 손익이 변동한다. 환율이 어느 수준 내에서는 기업에 이익이 나지만 그 이상 올라가면 끝도 없이 손실이 발생했다. 당시에 내리던 환율이 금융위기와 더불어 급등했고, 이로 인해 200개 이상의 기업이 폐업과 구조조정에 몰렸다고 한다. 판매되지 말았어야 할 상품을 판 여파는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번의 파생연계증권은 일반인에게 판매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런 상품을 개발한 증권회사나 펀드를 만든 자산운용사는 판매대상을 금융전문업자로 제한했어야 한다. 특화된 전문가도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자산이 은행 PB를 통해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된 것을 보면 개별 금융회사를 넘어 금융감독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현재대로라면 키코에 이어 파생연계증권 같은 사태는 언제든지 다시 나타날 것이다. 
 
향후 감독당국은 주가 또는 파생연계증권의 발행과 판매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 아울러 투자자에게 기초자산의 변동에 따른 손익과 확률을 그래픽으로 제시한다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파생상품이 내재된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의무가 없는 사모라고 하더라도 감독당국이 방임하면 스캔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모펀드도 파생상품을 편입하는 경우 상시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위험을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개입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나타나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가능성이 점점 커질 것이다.
 
최욱 전 코넥스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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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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