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완전판매가 가능한 현장인가

입력 : 2019-09-27 오전 6:00:00
지난 8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NH농협은행 본점을 찾아 펀드에 가입했다.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로 한국을 압박하려는 일본 정부에게 우리의 강한 자립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행사였을 것이다. 
 
이날 저녁 방송 뉴스들은 문 대통령이 펀드에 가입하는 과정을 전했는데, 하필이면 “펀드에 투자한 적 있느냐”는 은행 직원의 질문에 “그런 적 없다”고 대답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대통령이 가입한 펀드로 유명세를 탄 ‘NH-아문디 필승코리아펀드’는 국내 첨단소재·부품사들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그런데 이 펀드는 채권에 함께 투자하는 혼합형은 없고 오직 주식형만 있다.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한 경험이 없는 대통령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게 맞나? 이거 불완전판매 아닌가? 
 
한달이나 지난 지금 이 상황을 언급하는 것은 좋은 의도에 딴지 걸자는 게 아니라 그만큼 현장에서는 불완전 판매가 아주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예를 들기 위함이다. 아니! 사실은 완전판매를 하는 경우가 더 드물다고 해야겠다.
 
이번 DLS 사태를 계기도 다시 불완전판매 문제가 터져 나왔다. 금융회사는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할 때 완벽에 가까운 서류를 받았을 테니 투자자들이 이기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걸 완전판매라 부를 수는 없다. 
 
완전판매인지 아닌지는 의외로 쉽게 가릴 수 있다. 지점마다 폐쇄회로TV가 있을 테니 그걸로 고객이 직원과 상담하고 가입서류에 사인하고 일어서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소요시간을 확인하면 된다. 이걸 완전판매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해서 비교해보면 될 것이다. 아마 상당한 차이가 날 것이다. 도저히 ‘완전판매’ 할 수 없는 시간 안에 가입이 이뤄졌을 테니까.
 
그렇다면, 완전판매한다며 고객을 창구에 한 시간 넘게 앉혀놔야 할까? 뒤에 대기하고 있는 고객들 표정을 본다면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은행 지점에서 대기고객 2명을 앞에 두고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본 적이 있다. 응대창구가 2곳이었으니까 1명에 1시간 걸린 셈이다. 앞 사람이 무슨 금융상품에 가입하느라 오래 걸렸다고 했다. 
 
투자상품 가입을 일반 창구에서 처리하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펀드도 팔고 보험도 팔고 DLS 같은 파생상품도 판다. 이런 상품은 고객이 사인할 서류도 많다. 직원이 서류의 내용에 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고 사인만 해도 20분 이상 걸린다. 만약 절차에 따라 제대로 가입한다면 1시간30분 이상 걸릴 것이다.(2년 전 모 증권사에서 ISA 계좌에 가입할 때 궁금한 것 몇 가지만 물어가며 사인하고 가입했는데도 2시간 가까이 걸린 일이 있다. 그렇게 가입절차를 마치고 난 뒤에야 질문에 대해 잘못 안내했다며 정정했고, 그게 중요한 내용이어서 만든 계좌를 다시 없애고 나와 2시간을 허비한 황당한 경험이다.) 
 
전담직원을 두고 창구를 구분해 가입을 받으면 좋겠는데, 비용 문제 때문에 그러지 못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완전판매라는 것이 가능할까? 20년 전 보험설계사들에게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해 자필서명, 약관 및 청약서 부본 전달 등을 강조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김창경 증권부장·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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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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