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협 "발사르탄 닮은꼴 라니티딘 사태, 식약처 존재이유 의문"

"발암행정에 국민 피해 반복…조직개편으로 거듭나야"

입력 : 2019-10-01 오후 2:59:08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발암우려 물질이 검출된 위장약 성분 '라니티딘' 사태에 정부 의약품 관리체계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 당시와 별반 다르지 않은 대처와 입장 번복에 따른 혼란 야기 등에 대한 책임론이 집중 제기됐다. 
 
의협은 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명연 의원(자유한국당)과 함께 라니티딘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의협은 이번 사태가 대한민국 의약품 안전관리의 총체적 위기를 그대로 보여준 참사라며 강력한 시스템 혁신을 촉구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식약처는 150만명의 환자들에게 처방되고 있는 다빈도 처방 의약품의 위험성을 스스로 알아내려는 노력없이 오직 외국 발표 결과에 따라 뒤늦게 조사에 나섰다"라며 "물론 보유 예산 및 인력에서 비교가 되지 않겠지만 매번 이렇게 해외 발표에 의존하는 것은 식약처가 왜 존재하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최 회장은 이어 식약처의 위협 인지 이후의 대처가 중구난방이었다고 꼬집었다. 식약처는 지난달 16일 잔탁을 비롯한 잔탁 원료제조소에서 생산된 라니티딘을 검사한 결과, 발암우려 물질인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외와 검사결과가 달라 큰 우려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불과 열흘 뒤 식약처는 입장을 번복했다. 지난달 26일 공식 발표를 통해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 전수 조사 결과 원료의약품 7종에서 NDMA가 잠정관리기준을 초과 검출, 사용 완제의약품 269개 품목의 제조·수입·판매 및 처방을 중지한다는 내용이었다. 
 
의협은 직후 "의약품 성분 관련 위협을 외국의 전문기관이 먼저 인지하고 뒤따르는 모양새가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와 유사하다"라며 "식약처가 독자적,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라고 꼬집은 바 있다.  
 
최 회장은 "발사르탄 사태 때에도 서둘러 주말에 발표를 했다가 월요일부터 의료기관이 마비되는 혼란이 있었다"라며 "당시 처음 발표했던 의약품 리스트가 축소돼 다시 혼란을 주는 등 내실없이 보여주기 급급한 아마추어 행정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주무부처인 식약처의 뒤집힌 입장에 피해는 시장과 환자들에게 전해졌다는 주장이다. 첫 발표에 안심하다 유통 금지 발표 이후 병원과 약국은 환불과 반품을 위한 업무가 가중됐고, 환자들 역시 불안감이 커졌다는 얘기다.
 
최 회장은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식약처의 '안이한 태도'에 있다"라며 "발사르탄 사태 때에도 비난을 받으면서도 신속한 대처였다고 자화자찬을 하더니 이번에도 뒷북을 치면서 공치사만 하고 있다"라며 "식약처는 국민과 의사가 믿을 수 있는 국민건강 수호 파트너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전문인력 확보와 조직개편을 단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의약품 제조 및 판매 당사자인 제약사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1700억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도한 복제약 난립이 시장 피해를 가중시켰다는 비판도 꼬리를 물고 있다. 발사르탄 사태 당시와 똑닮은 모습이다. 
 
실제로 미국 내 허가받은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은 87종인 반면, 국내는 395개에 이른다. 시판 품목만 놓고봐도 미국 55개, 국내 269개 품목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점을 감안하면 체감 격차는 더욱 커진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가운데)이 1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라니티딘 관련 기자회견을 통해 식약처의 시스템 개편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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